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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을 활성화 하려면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6-01-08 21:17

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정책연구실장, 경제학 박사

벤처캐피털의 육성 필요성에 대한 수많은 논의와 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벤처 캐피털은 아직도 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벤처 캐피털이 꽃을 피우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은 벤처 캐피탈이 2000년 중에 5,608개의 새로운 창업기업에 100조원의 자금을 공급했으며 인터넷 거품이 꺼진 2001년 중에도 3,244개 기업에 38조원의 자금을 공급하는 등 벤처 캐피탈이 가장 활발한 나라이다.

이러한 미국 벤처 캐피털의 운영 실태에 대한 조사결과, 미국의 벤처 캐피털은 투자 기업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벤처 캐피털은 투자 결정 후 투자기업의 50%에 가까운 기업에 대해 활발한 경영자문을 실시하고 있었으며, 15%에 가까운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 이전부터 경영자문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벤처 캐피탈은 투자 기업의 절반이 넘는 기업에 대해 이사를 직접 선임하고 있었으며 투자 기업에 대해 평균적으로 월 1회 현장 방문을 실시하고 한번 방문할 때마다 4~5 시간 동안 현장에 머물면서 경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벤처 캐피털이 투자 기업의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하면 경영자는 자율성을 잃고 경영의욕을 상실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벤처 캐피탈의 경영 간여는 일반적으로는 매우 가볍고 조언을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나 경영실적이 부진해지면 경영 간여가 보다 직접적인 형태로 변하고 그 강도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바이오산업의 경우 18%의 기업에 대해 벤처 캐피탈이 창업자인 최고 경영자를 교체하였고 최고 경영자를 교체한 회사에 대해서는 벤처 캐피털이 선임하는 이사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벤처 캐피털은 이러한 경영 감시와 간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투자 약정서에 특정한 시점까지 정해진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것을 요구하고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에는 벤처 캐피탈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삽입하고 있다. 또, 계약에 의해 이러한 장치를 갖추는 것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통상적으로 벤처 캐피탈의 자금공급을 투자 기업의 1년 소요자금만을 제공하고 계속적인 지원 여부를 매년 재심사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벤처 캐피탈이 투자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벤처 캐피탈과 투자 기업간의 지리적 인접성이 중요하다. 벤처 캐피탈이 투자한 기업 중 50% 이상의 기업이 벤처 캐피탈의 본점에서 100킬로미터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25%의 기업은 10킬로미터 이내의 거리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벤처 캐피탈이 투자한 기업 중 25%는 실패하고 50% 정도는 그럭저럭 회사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25%의 기업만이 성공하여 기업공개 단계까지 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높은 실패율을 반영하고 벤처 캐피탈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을 보상받기 위해 벤처 캐피탈은 기대투자수익률이 년 50%를 넘는 경우에만 투자를 실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미국 벤처 캐피탈의 운용 실태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벤처 캐피탈이 성공하려면 일반적인 금융회사가 아니라 경영컨설팅 회사에 가까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전문 인력이 아니라 해당 산업에서 회사를 경영했던 경험을 가진 우수한 경영전문 인력 중심으로 핵심 인력이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시장 분위기에 편승하여 잡다한 업종에 무차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인력이 전문성을 가진 업종에 특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대상 기업에 쏟는 시간과 노력이 큰 만큼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

또한, 투자대상 기업의 성공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대상 기업이 성공하도록 만들어 간다는 점이다. 일반 금융회사의 경우에는 차입자가 부도를 내기 전에는 금융회사는 제3자의 입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벤처 캐피탈은 일정한 경영 목표를 부과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종 경영자문을 실시하며, 만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부도가 나기 전이라도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강력한 경영지도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벤처 캐피탈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산업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영능력을 갖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투자기업의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수익을 실현하는 시장기회 포착 능력으로 승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벤처 투자가 머니 게임으로 인식되고 벤처 캐피탈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가 부족하여 벤처 캐피탈에 대한 일차적 투자자 기반이 취약하다. 우리나라의 벤처 캐피탈을 육성하려면 이러한 점에 대한 문제 인식과 개선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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