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은행 지점들이 점포가 많지 않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출모집인들을 활용했고 운영하는 곳도 하나 한국씨티 외환 제일 등 일부 시중은행들 뿐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말 농협이 법인 대출모집인 두 곳과 계약해 120명 안팎의 대출모집인을 두기 시작하고 국민은행도 100여명을 운영하기 시작하는 등 리딩뱅크 경쟁의 선두주자까지 가세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엔 제일은행을 인수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대출모집인을 1000명~2000명으로 확대하려다 제일은행 노조의 반대로 보류되기도 했다.
◇ 은행 고객 모두에 득은 ‘글쎄’?=은행권의 대출모집인이 늘어남에 따라 일각에서는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가 가능해져 은행과 고객 모두에게 득되는 일이라며 반기기도 하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모집인들이 직접 찾아와서 모든 서류작업을 도와주기 때문에 편해 질지는 몰라도 은행과 모집인간에 발생하는 수수료가 결국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융계 일각에선 모집인 운영에 따른 비용에 비해 서비스의 질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단지, 은행이 고객 숫자를 늘리는 외형성장 촉진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출모집인이 과열경쟁을 불러온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A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모집인을 운영하는 은행이 늘면 운영하지 않는 은행은 영업에 상당히 불리하기 때문에 결국 모든 은행들이 모집인을 두려 하고, 결과적으로 경쟁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경우 은행이 리스크관리 노력을 일관성 있게 기울이지 못하면 자칫 부실화될 위험은 높아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B은행의 한 심사역은 “갑자기 대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정책을 완화했을 때 기존 본인의 고객 중 불승인 받았지만 정책이 조금 완화되면 승인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 모집에 열을 올리게 되고 그러면 여신규모는 늘겠지만 그 질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현재 은행들이 대출모집인을 늘리는 데에는 대출경쟁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할 경우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 대출모집인 꼭 필요한가 = 최근 제일은행이 몇천명 단위의 대출모집인을 운영하려는 계획을 노조가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제도가 과연 국내 문화에 맞느냐 하는 문제였다.
노조 한 관계자는 “기존 제일은행의 채널을 활용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고 과거 SCB방식을 그대로 들여와 수익만을 올려보겠다는 단순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수 천명 단위로 대출모집인을 운영한다면 이는 제일은행 조직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의 숫자다. 이들은 고용이나 계약조건에 있어서 기존 제일은행 직원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은행들은 대체로 지방에까지 지점들이 분산돼 있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채널은 많은데도 대출모집인을 굳이 둘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한편으로는 대출모집인제를 확대함에 따라 은행들이 점차 기업대출보다 리스크 적은 가계대출에 치중하는 전략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 “관리 감독은 아직 미흡”= 금융감독원은 대출모집인들이 모집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고객과의 분쟁발생 때 책임소재 문제 등이 있어 지난해 말 개선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금감원 한 관계자는 “개선방안이 나온 이후 은행들이 잘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보지 않았다”면서 “대출모집업무가 단순히 서류를 전달 및 소개해주는 역할이어서 부당행위가 발생할 소지는 적다”고 단정했다.
당시 금감원의 개선안에는 은행이 대출모집인의 자격요건 교육 금지행위 등에 관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돼 있다.
특히 모집인에 대해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했으나 대부분 은행들은 모집인을 법인에 위탁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은행은 법인과의 수수료 책정 등에 대한 계약이 끝나면 교육을 포함해 일체 관여하지 않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출모집인을 활용하기 이전에 기존 채널에 대한 활용방법을 고민하고 또 대출모집인을 운영할 경우 은행이나 감독당국이나 형식적인 관리가 아닌 철저한 관리 감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대출모집인을 그 은행 직원으로 생각하고 나아가 그 은행의 공신력과 동일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