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일각에서는 고객이 신용이 없고 또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다른 한편에서는 그만큼 은행 내부적으로 신용평가에 대한 인프라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조흥은행 등 5개 은행의 올 6월 가계대출 중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5.4%다.
지난해 상반기 말과 연말 각각 65.5%와 65.3%였던 데 비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한해 동안 신용대출 비중을 6%포인트나 끌어올린 우리은행이 아니었다면 더욱 심각했을 것이다.
심각성은 신용대출 증가속도보다 담보대출 증가속도가 빨랐던 영향이 크다.
올 상반기 5개 은행 담보대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조866억원이 늘었으나 신용대출은 3조8986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담보비중이 58.1%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의 57.1%, 연말의 57.2%보다 높아졌다. 국민은행 담보대출 비중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6월말 현재 국민은행의 담보를 잡은 가계대출은 총 48조2586억원이며 신용대출은 34조8004억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담보대출 비중이 66.6%였으나 같은 해 12월엔 63.0%로, 올 6월엔 60.24%로 떨어졌으나 담보여신 비중이 여전히 높다.
올 6월말 기준으로 담보대출 규모는 19조6765억원이며 신용대출은 12조9869억원이다.
신한은행은 담보대출 비중이 80.7%로 5개 은행 중 가장 높았다. 담보대출이 18조5851억원이나 되고 신용대출은 고작 4조4371억원(19.3%)에 불과했다.
다만 지난해 6월 82.5%였던 담보대출이 연말에는 81.5%, 올 6월엔 80.7%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하나은행도 가계 담보대출이 23조6953억원인데 반해 신용대출은 6조309억원으로 조사돼 담보대출 비중이 79.7%나 된다.
지난해 6월의 81.4%나 연말의 81.1%보다 낮지만 비중의 쏠림현상은 지우지 못했다.
조흥은행은 담보대출 비중이 65.3%에 이르렀으며 지난해 6월 이후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6월 59.0%였으나 연말에 63.2%로 늘어났고 반년 후 65.3%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담보대출의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이라며 “시장 자체가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형성돼 있는 게 한 몫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무조건 신용대출을 많이 하는 게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담보대출에 치중돼 있는 건 신용평가 인프라가 아직 취약하다는 증거”라며 “신용평가시스템을 믿지 못해 담보대출 위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담보대출은 심지어 모집인이 할 수 있을 정도로 누구나 할 수 있는 비즈니스이지만 신용대출은 아무나 할 수 없다”며 “힘 든 만큼 값을 더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한정됐던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마진을 높이려면 신용대출 취급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연구원 지동현 선임연구위원은 “고객은 은행이 원하는 수준의 신용이 없는데다 은행과 고객이 장기간 거래를 하면 충분한 정보가 축적이 되겠지만 아직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은행 역시 판단이 안서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