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를 앞두고 일찌감치 고향으로 향한 투자자들은 아까운 랠리를 놓친 셈이지만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연휴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불확실성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옵션만기 매물이 거뜬히 소화됐고, 한동안 조정받던 미국 증시도 랠리를 펼쳤다. 선진7개국(G7)회담이 마무리되고 그린스펀이 완만한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해외증시도 큰 그림의 가닥을 드러냈다.
홍춘욱 한화증권 팀장은 "이날 급등은 설 이후에 대한 선취매 성격이 강하며 과거 전고점 돌파 때와 달라진 수급에 대한 기대감과 빅 이벤트가 끝났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작용했다"며 "나스닥 지수 역시 5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면서 1월의 조정은 기술적 성격으로 판정이 났다"고 평가했다.
손범규 삼성증권 연구원도 "대외 이벤트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있다"며 "연준리의 금리인상도 완만할 것으로 예측되며 상승동력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강세장에서는 악재마저 호재로 둔갑한다. 옵션만기 매물 부담은 오히려 매수기회로 받아들여졌다. 꾸준한 저가매수 심리가 이어진다면 급등에 따른 조정폭은 생각보다 더 작을 수 있다.
홍 팀장은 "과거와 같이 전고점돌파 이후 시장이 급락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이제부터는 940선이 지지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휴동안 불가항력적인 악재만 튀어나오지 않는다면 연휴 이후에도 분위기는 이어질 수 있다. 똑같이 사흘간 주식이 묶이게 되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매수한 이유는 연휴에 대한 불확실성보다 주식을 보유할만한 메리트가 더 컸기 때문이다.
다만, 900선 중반까지 오르기까지 우여곡절이 없던 것은 아니다. 1000포인트로 가기 위한 여정도 마냥 쉬울 수만은 없다. 이렇다할 저항선이 없는 만큼 확실한 지지선을 구축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손 연구원은 "이날 급등은 해외증시 영향으로 최근 상승세가 연장된 영향이 크다"며 "1000포인트에 도전하기 전에 기조적인 내수 경기나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팀장도 "외국인 매도에 증시가 크게 겁을 내지는 않겠지만, 전고점을 넘었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가 나올 수도 있다"며 "900선 돌파를 위해 880선 부근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였던 것처럼 1000포인트로 가기 전에 980선에서 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미 1000포인트를 논하고 있지만 950선과 980선에서 시장이 할 수 있는 고민의 무게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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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