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과 선진 금융기법이라는 명분아래 구조조정이 수개월째 진행된 외환은행 직원의 하소연이다.
그도 그럴것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지 1년이 됐지만 지난 5월 중순이후 터져나온 조직개편 태풍은 수개월째 외환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다. 일각에선 투기펀드의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며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당초 노사양측은 인사제도개선협의회를 통해 양측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했으나 사측은 이를 무시하고 1차 특별퇴직을 감행했다. 심지어는 특별퇴직 대상자로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5급 행원까지 포함시키며 조직개편의 명분은 실종한 채 퇴직을 종용했다.
그래도 불안했던지 사측은 ‘정리해고’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직원들을 협박하며 특별퇴직 신청자를 늘리려 했지만 기대했던 인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에서 특별퇴직은 끝나는 듯했다.
이에 사측은 정리인원수를 맞추기 위해 대책회의를 통해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이 곳에 참석한 일부 본부장들이 ‘한국의 노사문화에서는 무우 자르듯이 자르면 안된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결국 사측은 로버트 팰런 은행장과 김지성 노조위원장이 7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내 놓은 2차 특별퇴직실시의 전제조건으로 ‘사측은 이번 특별퇴직의 결과에 따른다’고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에 따라 2차 특별퇴직 신청이 시작됐고 총 특별퇴직 신청자 수도 500여명에 근접하게 늘어났다.
사측이 인위적인 인력감축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특수영업팀 발령자 250여명을 합할 경우 지금까지 분류된 정리인원은 750 여명으로 당초 사측이 밝힌 유휴인력에 거의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외환은행의 한 직원은 “사측이 정리하려고 했던 900여명은 산술적으로 무리가 있기 때문에 현재 신청자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며 “이제는 사측이 구조조정으로 몇 개월째 어수선한 행내 분위기를 추스리고 조직도 정비시켜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 특별퇴직 실시 명분으로 내걸었던 합의서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사측은 일주일째로 접어든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급기야 참다못한 노조측 대표자들이 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며 은행장 항의방문에 나서고 은행장실에서 삭발식까지 갖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외환은행 사측은 자신이 한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는 작태를 보였지만 이제는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신뢰의 손짓을 먼저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양창균 기자 yangc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