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의 투자금융센터를 맡고 있는 이재광 실장은 농협이 투자금융부문에 진출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기업체는 점차 직접 자금조달을 선호하고 있고 금융기관의 예대마진은 기대하기 힘든 금융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금융기관들은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나 농협은 자금운용규모가 워낙 커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다는 얘기다.
이 실장은 “금융기관이 자금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듯이 농협도 마찬가지”라며 “수익을 냄과 동시에 농민 조합원에게도 보탬이 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즉 도로·항만 등 SOC(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역경제 성장과 함께 기간산업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결국 농민 조합원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농협에서 투자금융센터가 발족한지는 8개월이 채 안됐지만 이 실장이 이 업무를 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많은 기업체들이 무너짐에 따라 은행도 대출을 하는데 더욱 신중해졌다. 이에 따라 새로운 자금운용처에 대한 요구도가 높았고 그 해답으로 투자금융업무가 부상했던 것.
이후 각 금융기관들은 투자금융을 통해 고수익 및 신수익원 창출을 꾀했다. 이재광 실장도 일선 영업점에서 여신을 취급하면서 개인적으로 다양한 금융기법 등을 공부하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일부 경영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하고 설득도 해서 도입하게 된 것.
이재광 실장은 “당시 1∼2명의 인원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20명의 인력으로 늘었다”며 “앞으로 단독 주선을 비롯해 대형 국책사업 및 해외 대형 프로젝트까지 진출하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1999년 초창기에는 신디케이션 론 등을 통해 참여 위주로 진행해왔다. 이후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SOC, 부동산 등 다양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함으로써 2002년엔 8700억원, 2003년엔 1조5000억원, 올 상반기엔 5000억원의 실적을 보이는 등 날로 성장해가고 있다.
이 실장은 이 분야에서 욕심도 많다. 농협에 근무한지 32년이 된 지금 가장 할 일이 많은때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일반 대출이 단순한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 반면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여러 사업에 다양한 금융기법을 도입할 수 있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금융 진출을 꿈꾸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농업생명과도 밀접해 향후 농민 조합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분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 분야에 새로운 아이템이 있다면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하고 싶다”며 “이밖에 일반 여신에서 건드리지 못하는 다양한 부문에 진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항상 일반 금융기관이 아닌 농협중앙회에서 일한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지금껏 일하면서 단 한번도 이 회사를 관둬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농민조합원이 제공한 자금을 안전하게 운용하면서도 적정한 수익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농협만이 갖고 있는 강점인 가족, 고향, 푸근함 등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 고객을 편하게 만나고 기업의 가치를 업그레이드 시킴에 따라 농협과 조합원 기업이 함께 동반상승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한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