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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파업, 국민·조흥 때보다 악조건

원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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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4-07-04 17:31

협상 대상 불분명·규모상 파괴력도 적어
은행 “원칙고수”에 노조 “더 잃을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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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현재 한미은행의 파업이 9일째를 맞았지만 노사간 협상은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은행간 합병 반대 파업은 지금껏 세번 이뤄졌다. 당시 국민·주택은행 두 노조가 8일간 펼쳤고 조흥은행이 5일간 파업을 한 후 어떤 방식으로든 마무리됐던 점을 생각하면 최장 기록을 날마다 갈아치우고 있는 형편이다.

씨티라는 거대 글로벌 그룹이 등뒤에 있다는 점 뿐 아니라 모든 상황들이 조기 협상타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권한과 의사결정권을 가진 협상 상대가 불분명 한 것이 협상을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또 은행 규모가 과거 국민·주택이나 조흥은행보다 작아 파업으로 인한 파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 “국민·주택 파업 때 정부를 상대로 끌어내지 못한 건 잘못”=지난 2000년말의 국민·주택은행 파업은 합병 자체를 반대하며 한미은행 파업 전까지 은행권 최장기 파업 기록을 남겼다. 당시 파업은 그해 28일 경찰력 투입 이후 점차 대열이 흩어진 끝에 자진 복귀로 끝을 맺었다.

당시 최대 규모인 두 은행의 파업이었기에 금융계는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파장이 컸다. 노조로서도 그만큼 압박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 정부 모두 경영진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국민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협상 상대자로 당시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주택은행장으로 한 것은 잘못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국민은행의 대주주는 골드만삭스와 정부였고 주택은행은 1대주주가 정부, 2대주주가 ING였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은행장과의 협상은 무의미했다”며 “실질적인 협상 상대자는 정부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뒤에서 압력을 넣는 곳은 바로 외국계 자본”이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은행 파업도 같은 이유로 타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하영구행장 협상 권한엔 한계”시각 팽배=하영구 행장이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는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씨티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독립경영, 상장폐지는 물론이고 비정규직을 포함한 직원들의 고용에 대한 사안도 은행장 단독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금융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반면 조흥은행 파업은 협상 상대자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정부였고 상대가 실권자다 보니 그나마 다행인 경우로 풀이되고 있다. 당시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을 포함해 정계 인사들도 조흥파업문제를 거론하면서 대화를 강조했던 것도 결과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빠른 타결에는 도움이 됐다.

그러나 한미은행의 경우 정부가 면밀한 판단 없이 처음부터 경찰력 투입을 거론하는 성급함만 노출했다.

투기자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씨티그룹에 호의적인 모습을 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주택이나 조흥은행 파업 모두 큰 규모의 은행이어서 이들 은행의 파업은 사측에 압박 요인이 될 수 있었다. 조흥은행만 해도 당시 지점은 대략 550여개였지만 한미은행은 200여개 수준이다. 조흥 파업 당시 하루 최대 3조원의 예금이 빠져나간 반면 한미은행은 2일 현재까지 2조196억원이 빠져나갔다. 그만큼 파업으로 인한 파괴력이 덜하다는 것도 벼랑끝 대치를 지속시키는 동인이 되고 있다.



◇씨티, 노사관계 설정방식도 도마 올라=아울러 씨티그룹의 노사관에도 비판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씨티은행 서울지점 노조는 지난 91년에 한달, 92년엔 두달, 93년에 한달간 파업을 했다. 95년엔 단식 17일, 98년엔 단식 17일, 파업 3일 등 장기파업 등이 벌어졌다. 씨티은행 서울지점 노조관계자는 “툭하면 파업 또는 투쟁이 장기화 된 것은 씨티 측이 기본적으로 대화나 협상을 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도 “씨티그룹이 원칙을 고수하고 타협할 여지가 없다면 은행측도 역시 협상에서 꺼낼 카드가 없는 것 아니냐”며 “그렇게되면 파업이 장기화되기 마련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다 경찰력 투입까지 거론되고 있어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 경찰은 3일 서민호 한미노조위원장과 간부 3명, 금융노조 양병민 위원장 등 5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며 압수수색영장도 함께 신청했다. 이에 따라 영장이 발부되면 영장을 개시하는 과정에서 공권력 투입 및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주택 파업은 경찰력 투입 이후 자진 해산된 상태에서 파업관계자들의 수배와 구속으로 외형적으로 수습됐던 경우와 이번 경우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엔 고용 보장을 전제로 합병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파업 지도부를 분리시켰지만 지금 한미 노사는 아무런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다 경찰력을 투입한다면 노조원들이 그냥 물러날 리 없다”며 “상상하기도 싫지만 퇴로도 열어 놓지 않고 몰아부치면 비극적 사태가 빚어질 우려도 크다”고 내다봤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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