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 노조에서 은행주관 평가와 별도로 ‘상사 평가’를 실시하거나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존 시범운영되고 있는 상사평가를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정식 평가로 전환하고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사간 의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2001년도부터 1년에 두 번 상사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나 정식 평가로 인정되지 않고 참고자료로만 활용되고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에서는 상사평가 활성화방안을 위한 TFT구성을 사측에 제시한 상황이며 6월 중에 인사고과가 끝나는대로 기존의 평가제도를 수정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노조 주최로 지난달 말부터 6월초까지 상사평가를 실시했다.
기존 인사부가 주관했던 상사평가는 객관식으로만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번에 노조에서 실시한 상사평가는 주관식 문항이 추가됐으며 실명거론도 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업무추진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거나 성희롱 및 남녀 차별적인 발언을 한 상사에 대해서는 실명을 거론하도록 했다.
기존의 상사평가제가 비밀보장 원칙이 깨지고 형식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등의 비판을 받음에 따라 노조가 직접 나선 것이다.
노조는 이번 평가 결과를 토대로 기존의 상사평가 결과와 비교할 방침도 갖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미 지난 2~3월에 노조 차원에서 상사평가를 실시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한국은행 노조는 설문조사를 통해 국장급 이상 임원의 경영능력, 도덕성, 업무수행능력 등을 중심으로 평가했다.
결과는 은행 내부적으로 공개해 임원진 스스로 어떻게 평가받는지를 알고 향후 직원과의 의사소통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부장, 부장, 지점장 등의 사무소장을 대상으로 직원들이 직접 평가하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매번 형식적인 결과가 나옴에 따라 노조는 연초에 노조 차원에서 상사평가를 할 계획이었으나 다른 현안에 밀려 미뤄졌다. 이에 따라 올해 중 다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도 부점장 및 차장급 이상에 대해 전직원이 평가하는 제도가 있다. S, A, B, C, D 5단계 중 선택하는 객관식 문항으로 이뤄졌다. 시행한지 현재 2년정도 됐으며 인사고과 때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는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상사평가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선거 공약사안인 만큼 내년부터 실시할 것을 검토중이다.
한미은행은 1년에 2번 상사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연속해서 최하위권에 해당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이 상사평가를 하고 있지만 인사고과에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수준이거나 문항 자체가 형식적이어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인사에 반영을 시키고 비밀을 보장해주는 등으로 활성화시키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