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은행들이 현재의 자산운용업법 아래에서는 불특정금전신탁을 취급하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의 경우 자산운용사를 인수 설립하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자회사 형태를 통해 자산운용업을 강화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국민 우리 하나은행 등은 한투 대투를 인수해 기존 자산운용 자회사와 합병해 자산운용부문을 강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불특정금전신탁의 지속 여부는 한·대투 인수가 확정된 이후 결정하겠지만 이를 인수하면 굳이 은행 내부에서 취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자회사 형태를 선호함을 시사했다.
자산운용 자회사를 갖고 있지 않은 기업은행은 최근 소시에테제너럴 자산운용과 합작제휴,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이들 은행은 기존의 자회사든 새로운 자회사든 이를 통해 자산운용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경쟁력 있는 자회사 만들기=기업, 한미은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은행이 투신운용 자회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이다. 비교적 운용규모가 큰 국민투신운용의 경우 총 운용 수탁규모가 4월 21일 현재 11조4760억원이다. 농협CA투신운용은 4조8880억원, 신한BNP파리바가 5조1260억원, 외환코메르츠투신이 2조8820억원이다. 우리, 제일, 조흥투신운용은 각각 2조4050억원, 7조7600억원, 4조5170억원 수준이다. 하나알리안츠투신은 3조9610억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산운용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해외사와의 제휴를 통한 인수, 설립 등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혹은 신한금융지주 처럼 기존의 제휴를 강화하면서 향후 조흥투신운용과의 통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최근의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상일 연구위원은 “자산운용의 역동성을 감안할 경우 은행 내부에서는 보수성으로 인해 공격적인 투자는 힘들다”며 “자회사를 통해 투자의 전문성 및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지주회사 형태로 나아감에 따라 은행은 전체를 통제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자산운용사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구도가 기본적 흐름”이라며 “이 경우 각각의 업종의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 모회사와 자회사 간에 업무상 손실, 이익이 불투명하게 계상돼 계정간에 손실을 이전시키는 경우는 철저하게 차단돼야 함을 전제했다.
◇중복투자로 인한 손실=그러나 자회사 형태로 운영될 경우 중복투자로 인한 비용 증가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조직 및 인원 분리로 인한 비용도 있지만 그보다 기존 은행이 갖고 있던 불특정금전신탁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 18개 은행과 씨티은행, JP모건의 3월말 현재 신탁계정의 수탁고는 118조7570억원이나 된다. 이중 특정금전신탁이 24조3420억원, 불특정신탁이 28조2030억원을 차지한다.
자산운용업을 자회사로 이관한다고 해도 기존 28조원이 넘는 규모의 불특정신탁은 자연소멸 될 때까지 은행에서 취급한다. 물론 기존 신탁계약을 자회사로 넘기는 것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중은행의 한 신탁 담당자는 “은행별로 적게는 1조에서 많게는 2조원 가량의 불특정 신탁을 취급하고 있어 어차피 자산운용은 은행에 그대로 남게 된다”며 “중복투자로 인한 손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고객의 다양한 투자성향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기예금만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실적배당형이면서도 안정적인 상품을 원하는 고객층이 존재한다. 이들은 기존의 투신사보다 자본금이 많고 비교적 안정적인 은행의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
원정희 기자 hggad@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