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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事는 자기가 한다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9-06 21:45

농협중앙회 상무(경제학 박사)

벌써 추석이다. 그러니까 가을이 오긴 온 것 같은데 실감은 별로다. 이처럼 슬슬 연말이 다가오면서 금융기관들이 분주해졌다. 수지개선을 위한 비상대책도 수립하고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점포수도 줄이는 모양이다. 당연히 명예퇴직 이야기가 나오고 신규직원 채용도 대폭 줄일 것 같다.

직장인에게 있어서 채용이나 퇴직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아마도 승진, 또는 이동일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인사’라고 한다.

인사는 그 단어의 의미가 오묘하다. 즉, ‘人事’라고 표기하는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라는 뜻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의미도 된다.

그렇다. 인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기계적이지 않고 때로는 불공평하거나 불합리한 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인사를 하고 나면 불평불만이 있게 마련이다. 모든 조건을 꼼꼼히 따져서 가장 합리적으로 했다하더라도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한 사람은 뭔가 인위적인 꼼수가 작용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며칠 전 금융부문으로 담당업무를 바꾸기까지 농협중앙회의 인사담당이었다. 그래서 인사에 얽힌 감상이 있는데 오늘은 그것에 대하여 한 말씀하고자 한다.



인사는 인사권자가 하는 게 아니다


인사작업에 관여하면서 느낀 세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인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대단히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예전에는 나도 인사에 불만이 없지 않았다. 무슨 놈의 인사를 그따위로 하냐고 투덜거린 적도 있었고, 빽 없고 줄 없는 놈은 별 수 없다고 불만을 말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직접 인사작업을 하면서 새삼 놀란 것은 세상이 그렇게 막돼먹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인사 실무자들은 평소에 소속직원들에 대한 여러가지 자료를 수집하여 인사에 반영할 뿐 아니라, 이왕이면 모든 직원들에게 골고루 인사상의 혜택을 주도록 무던히도 노력한다. 이점을 확실히 믿는 게 좋다. 빽이니 줄이니 하는 것은 생각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물론 방대한 분량의 인사작업을 하다 보면 미스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제한된 자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배분하다 보면 커트라인에 몰려있는 대상자들간에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어 당사자로서는 억울한 생각이 드는 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오차범위(?)를 인정하고 보면 인사는 대단히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단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인사는 인사권자가 하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한다는 사실이다. 흔히 인사는 인사권자의 전횡적 권한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인사를 해 본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하건대 인사는 자기가 한다.

단지 인사권자는 당사자가 평소에 쌓아올린 실적과 인품을 기초로 하여 다른 대상자와 비교하는 상대적 평가를 할 뿐이다. 이치가 그러함에도 인사가 끝나고 나면 항의하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요 뭘 모르는 짓이다.

자기 딴에는 절대로 승진할 사람인데 왜 누락시켰냐고 말하지만 인사권자의 시각에서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다만 그 이유를 까발려서 말해주지 못하는 것은 본인에게 충격을 줄 수도 있고 또는 괜한 분란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인사에 불만이 있을 때는 인사권자를 탓할 게 아니라 자기자신을 탓해야 한다.



인사청탁은 묘를 파는 일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사청탁은 정말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청탁을 인사에 반영하지 않는 인사권자의 확고한 의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기의 인사를 남에게 청탁하는 ‘바보 같은 짓’을 결코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당장은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직장생활의 묘를 파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오죽 못났으면 남에게 자기의 인사를 청탁하는가. 그런 사람은 파렴치범이요 조직파괴범이다.

그럴 시간과 정력이 있으면 자기 인사를 자기가 한다는 자세로 조직을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할 것이다. 슬슬 때가 다가오기에 더욱 깨끗한 인사가 이뤄지기를 비는 마음에서 한 말씀드렸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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