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15 광복절기념사에서 대통령이 제기한 우리의 자주국방체제수립은, 극히 당연한 주장이지만 우리 같은 국민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렸었다.
더 급하게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코앞의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이 미묘한 시기에 왜 하필 10년 후의 자주국방이냐 하는 의문을 불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우선순위로 보아서도 민생고나 기업위기로 대표되는 경제 분야의 문제 해결이 앞서야 하고 그런 바탕위에 자주국방이 이루어져야 함이 옳다고 느끼는 우민(愚民)이 많으리라.
미군은 어차피 한반도에서 철군하게 되어 있는데 굳이 붙잡으려 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내용으로 느껴지고 갈 사람은 가라 하는 식의 어투로 들렸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이었을까?
그러나 왜 이 시기에 이런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었어야 하는지? 오늘의 한미관계가 가뜩이나 어색한데 미국은 이 말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북한을 비롯한 이해관계를 가진 이웃나라들의 반응은 어떤 것인지?
자주국방의 뜻과 내용은 무엇인지?
또 자주국방에 소요되는 비용이 앞으로 10년간 최소 110조원(국방연구원추계:2008년까지 55조원)에 달하리라고 하는데 이 재원은 어떻게 염출할 것인가? 당장의 경제 살리기와 10년 내 소득2만불 달성과는 어떤 함수 관계가 있는지? 배타적인지, 동반관계인지? 이 재원 염출은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전가 될 것인 바 소득2만불 달성은커녕 오히려 내핍생활을 강요받지 않을는지?
이 경우 110조원의 기회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 외교력을 총동원하여 미군의 철군을 늦추던지 최소화할 방법은 없는지? 등등...
이러한 의문점들이 꼬리를 물고 제기된다.
그런데 며칠 후 대통령의 담화에 예산 염출 때문에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한다. 그럴것이면 어찌하여 자주국방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내걸었는가? 이렇게 중요한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실무적인 검토도 없었단 말인가? 동북아 경제 HUB도 아직 세미나 단계이며 10년후 국민소득 2만불도 아무런 실천계획이 없다는 이마당에...
ELEPHANT TECHNIQUE이라는 것이 있다. 덩치 큰 코끼리 한 마리를 갖다놓고 이틀 만에 먹어 치우라고하면 기가 막힐 것이다.
경축사에 나온 자주국방은 너무나 크고 막연한 과제가 되어 마치 갑자기 출현한 코끼리와 같다. 그러나 이 코끼리를 해체해서 부위별로 냉장, 냉동하고 각종방식으로 요리하여 여러 사람이 차례차례 먹어치운다면 가능하다.
그런데 코끼리만 먹고 살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은 당연히 제기될 것이다.
따라서 코끼리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함은 물론 아울러 소나 돼지를, 그리고 신선한 야채를 함께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자주국방은 해야 한다. 그것은 북한의 핵위협, 미사일 위협, 재래식 무기위협, 사상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우리나라 정책의 최우선 순위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달 국민은 없다. 적어도 국민의 정신무장은 그렇게 되어야 한다.
다만 발표의 시기, 발표 TONE의 강약, 우방국가와의 관계, 예산염출, 가장 어려운 우리 경제와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극히 LOW PROFILE로 했어야 옳다. 더구나 며칠 후에 그 시행상의 애로를 토로할 바에야 왜 말이 앞섰는지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라도 있었는지, 의아스럽다.
한총련 시위에서 발단하여 이번 8·15 자주국방선언에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북한을 고무하고 미국에 충격을 주었음은 불문가지다.
과문의 필자에게 조차 이번 8·15 선언으로, 한미관계에 소망스럽지 못한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6자회담에서 조차 한국을 신뢰하지 못해 한·미 양국만의 조율은 이를 미국이 꺼린다는 소문조차 있다.
정부는 ELEPHANT TECHNIQUE을 주도하여 국민을 이끌어줄 책무가 있다. 아무리 어려운 사안에 봉착하더라도 차근차근 풀어 가면 해결될 수 있다는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하물며 이 엄청난 자주국방이라는 코끼리를 내던져 놓고 처리방법을 제시 못한다면, 그리고 예산상의 이유로 불과 열흘 만에 애로를 토로한다면 국민은 곤욕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기습적 자주국방선언이 치밀하고 정확한 계획 하에 발표된 것이 아님을 알고 국민은 또 한번 우롱당한 기분이다. 하여간 뭔가 잘못 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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