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시인, 적벽가의 소동파가 축조했다는 소제(蘇堤)를 거닐며 본 서호는 마침 만개한 연꽃과 호수를 덮은 물안개로 선경과 같았다.
“변하는 데서 보면 천지(天地)도 한 순간일 수밖에 없으며, 변하지 않는 데서 보면 사물과 내가 다 다함이 없으니 또 무엇을 부러워하리요?”라고 노래하였던 시인은 시인이 사랑한 서호에서 신선으로 살아 있는 듯 하였다.
잠시 서호의 상념에서 깨어난 나는 ‘금융에 있어서 IT란 무언인가?’ 하는 화두를 떠올려 보았다. 금융은 신용을 기초로 이루어진다. IT는 개인과 기업의 신용에 대한 평가를 정형화하고 신용에 대한 조회를 언제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게 하였다. 가히 IT 혁명은 금융에 있어서도 혁명적인 방법을 제공해 주었다.
또한 IT는 전통적인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금융을 장치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미 창구직원 이외에 각종 IT 장치(ATM, CD, ARS, Internet Banking 등)를 통해 이루어지는 거래의 양이 전체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이 추세는 금융업을 장치산업으로 분류될 수도 있도록 하는 동시에 대형화, 세계화 되어가는 금융업의 추세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세기 초반 전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던 중국은 엄청난 인구에서 선발한 뛰어난 인재와 정치적 리더쉽, 그리고 탁월한 상업성과 화교 네트웍으로 인해 이미 경제에 있어서 세계적 강자로 다시 자리잡았다. IT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대단한 수준이어서 대표적인 도시와 성마다 고신(高新)개발지구(하이테크단지)를 조성하여 기술개발과 해외기업의 투자 및 유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또는 한국기업에게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지는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과 일본의 기술을 모방하는 단계에서 시작하여 이제 막 세계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마당에 다시 중국이라는 전장에서 전세계의 거인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인가? 우리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이 상황에 대한 해법을 이미 중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연예인과 TV 드라마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중국 방문에서 같은 시간대에 2~3개의 채널이 한국 드라마를 동시에 방영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국만의 차별성, 문화적 유사성과 특성 등이 중국시장에서 우리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중국은 13억 명의 인구와 960만km2의 광대한 영토를 바탕으로 전세계 기업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이미 세계 최대규모로 증가하였으며 전세계 FDI의 30%, 아시아 전체 FDI의 약 80%를 차지하고있다. 규모 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이미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흑자 이익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개방개혁정책과 외국기업의 투자는 지난 10년간 연속 7% 이상의 성장과 2002년 GDP 10조 위안(약 1조2천억 달러) 돌파, 무역규모 6천억 달러 등의 성과를 이루어내었다.
제조업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200여 개의 외국계 금융기관이 진출하여 거대한 중국의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의 은행 또한 최근 300여 개로 증가하였으며 국영은행 일변도에서 일반 상업은행이 속속 설립되고 있다.
중국의 금융기관은 중국인민은행 아래 3대 정책은행, 4대 국유상업은행(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농업은행, 중국건설은행), 일반상업은행, 비은행금융기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4대 국유상업은행은 전국적으로 12만개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방대한 규모이다.
국영기업에 대한 지원을 위주로 하는 국유상업은행과 달리 일반상업은행은 앞으로 확대될 시장을 주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다. 중국의 금융시장은 가계금융과 신용카드 시장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며 현재도 매년 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가계금융은 주요도시 상업은행에서 주로 취급하고 있으며 개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구입자금대출이 주를 이룬다.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는 중국정부가 Golden Card Project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역점 사업으로서 9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기간 중 은행카드 발행량이 매년 76% 증가하여 3억장을 돌파하였으며 카드 특약점포는 매년 51% 증가하였다.
소비자에게 은행은 저축기관에서 가계소비자금 조달처로, 다시 자산관리대행자로서 역할이 바뀌어 가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였다. 높은 저축율을 기반으로 중국의 경제를 이끌어 왔던 중국의 금융 환경은 10년 전의 한국과 유사하다고 한다. 한국은 현재의 중국이 겪고 있는 고도 개발과 변화의 과정을 이미 경험한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자 문화권에 속하여 의사소통과 문화적 이질감이 영어권 국가에 비해 유리하다. 중국에 신설되는 모든 은행과 모든 신규 서비스가 우리의 시장이 될 수 있으며 한국에서 경험하고 축적한 금융 IT 노하우로 중국 은행의 인에이블러(Enabler)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적벽에서 조조를 쓰러뜨린 주유처럼, 우리가 축적한 지적 자산과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금융 IT의 한류(韓流)가 중국 대륙을 휩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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