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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존 리드 前 씨티코프 회장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3-08-16 21:43

한일투신운용 서부택 사장

씨티그룹을 떠난 지도 벌써 일년이 지났다. 17년 전 대우증권에서 씨티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여의도를 떠난 후 투신운용사로 여의도에 다시 돌아온 나는 아직도 씨티를 우리회사라고 호칭하는 습관을 뗄 수가 없다.

이는 씨티에서 오랜 금융권 경력을 쌓는 동안 항상 존경심을 자아내게 하는 상사들이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윗자리에는 존 리드 전 씨티회장이 있었다. 그는 지도자의 역량, 전략가로서의 영감, 그리고 100% 업무에 몰입하는 프로중의 프로였고 존경받는 대부였다.

1984년 봄. 당시 명동 제일빌딩에 있던 대우증권 앞에 검정 세단의 레코드 로얄에서 2명의 7척 거구를 거느린 다소 왜소한 체구의 젊은이가 내린다. 그가 바로 씨티를 이후 세계 최대의 금융회사로 성장시킨 약관 45세의 신임 회장 존 리드였다.

그가 회장 취임과 동시에 세계 순방을 하는 길에 대우증권의 이태호 회장을 방문하기 위해 두명의 부사장과 함께 한국을 들렀던 것이다.

존 리드는 1986년에 서울에서 씨티코프 이사회를 여는 등 한국에 대해 대단한 애착을 보여왔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건 1960년대초 주한미군으로 부평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이런 애착은 단순한 향수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개발도상국 투자에 대해 남다른 안목이 있었고 이미 1984년에 남미보다 더 안전하고 견고한 투자처로 한국을 주목했다. 이후 그가 예측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은 어긋나지 않았고 예측한 전략이 속속 실현되면서 그는 16년간 씨티은행을 미국내 10대은행중 하위권에서 세계최대의 금융회사로 만들어내는 총사령관으로 군림하게 된다.

그는 이미 남미에 대한 투자에서 이런 안목을 여실히 증명한 바 있다. 브라질 태생이기도 한 그는 남미진출 초기, 공격적인 투자로 한 때 심각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이 투자의 성공으로 씨티그룹이 세계 최대 금융회사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남미국가들의 부도 위기로 씨티그룹의 공격적인 남미 영업전략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씨티코프는 전형적인 주 채권은행의 딜렘마에 빠졌다.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할 지 아니면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그만 남미에서 철수해야 될지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던 것이다.

곤경에 처한 그가 이런 위기를 뛰어넘어 오히려 세계 최대의 금융회사로 도약하게 된 데는 일견 엉뚱한 사건이 개입돼 있었다. 이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그가 만난 사람은 다름아닌 콜럼비아 대학의 세계역사학 교수였다.

그는 교수에게 과거 인류역사상 한 국가가 번성기를 맞고서 중도 하차하는 확률이 얼마나 됐었냐고 물었다. 이때 그 교수는 자신이 아는한 한 국가가 확장기에 들어 중도 하차하는 확률은 대단히 적다는 것이었다. 그 조언 한마디는 존 리드로 하여금 더 이상의 고민을 멈추게 했고 그 결과 씨티은행은 추가 자금을 공급해 결국 브라질의 최대은행이 된다. 한 대학의 세계사 교수로부터 받은 학문적 조언 한마디가 씨티의 운명을 바꾸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존리드가 이끄는 씨티는 그 후에도 남미가 다시 부도위기를 맞는 등 몇번의 시련을 더 겪었지만 슬기롭게 극복하고 승승장구했다.

1991년 위기를 겪은 직후 리드회장은 한국을 들렀을 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 볼 때, 씨티가 위기에 빠지는 경우는 매번 은행 전체의 포트폴리오가 한 쪽으로 쏠릴 때 일어났다고 본다. 남미가 그랬고 부동산이 그랬고 또 레버리지 바이아우트가 그랬다. 내가 앞으로 항상 주시해야 하는 점은 바로 이런 자산 배분에 관한 리스크 관리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경영자들은 주로 수익성이 큰 쪽으로 자산 배분을 집중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적절한 자산 배분에 있어서 최고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일견 바른 방법 같아 보이지만 위험관리를 적절히 하지 않고서는 주주가치를 최적화 하기 어렵다. 경영자는 이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리스크 관리다.”

분산 투자만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논리를 세계 최대 은행의 회장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것을 보면 원칙을 알면서도 그것을 지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대우사태나 최근 카드채 위기도 결국 같은 함정이 아니겠는가.

그는 브랜드의 신봉자였다. 브랜딩화에 저해요인이 되는 기업금융이나 증권업 등에 대해서는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브랜딩화 전략은 소매금융에 주력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금융의 거성은 자신이 그다지 탐탁하게 생각치 않았던 증권업과 증권업자에 의해 서서히 밀려나게 된다. 또 다른 거목 트래블러스 그룹의 샌디 와일회장이 과감히 씨티를 급습해 은행과 보험을 분리해 온 글래스 스티갈 법을 무너뜨리는 역사적인 미국 금융업에 새로운 장을 쓰게 된다.

이것이 1998년에 일어난 미국 금융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닌가.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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