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의 주5일 근무제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지점별, 개인별로 할당된 부실채권을 회수하는데 비상이 걸렸고 합병 작업을 진행중인 은행의 직원들은 통합의 작업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토요일과 일요일을 은행에 반납한 지 오래다.
여기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연수와 교육이 이어지고 있어서 은행원들의 주말은 다시 은행에 저당잡히게 됐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원들의 주말 근무가 다시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자기계발과 복지 향상이라는 목적으로 도입된 은행권의 주5일 근무제가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당초 도입취지가 무색하게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폭이 높은 국민은행은 김정태닫기

김 행장은 월례 조회를 통해 연체 축소의 실적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국민은행의 연체율은 1월 2.7%에서 2월말 3.0%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여수신 등 실적이 급증했지만 동시에 연체도 증가해 연체 관리에 주야가 따로 없다. 전지점에 연체율 감축 목표를 부여하고 달성시 영업점 평가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결국 평일에는 일반 업무를 수행하고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연체 관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협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경영 실적이 호전됐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보고 채권 회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또한 합병 이후 하나은행 직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주말의 개념을 버렸다. 자칫 통합의 속도를 늦추다가는 시너지 효과가 저하될 수 있다는 경영진의 의지에 따라 주말까지 이용해 통합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물리적, 화학적 통합을 이루고 실적을 높인다면 통합을 전후해 불거져 나온 불만과 반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사업부제의 본격적인 도입과 시중은행과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부득이 주말을 반납한 경우다. 신 점포 시스템의 구축과 이에 수반하는 직원 재교육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휴일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각행의 노조들은 직원들의 불만과 고발이 이어지면서 대응방안을 찾고 있지만 강력하게 어필할 수도 없는 상황. 일부 노조는 부당사례를 수집하고 해당 지역본부에 항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위는 높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5일제를 통한 자기계발이라는 것도 결국 은행이 살아남아야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토요일 근무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