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관리의 허술함인가 직원에 대한 은행의 지극한 배려인가. 우리은행은 지난 2월 23억원을 횡령한 신용협동조합의 사무국장에게 3개월 동안 월급을 지급했고, 현재 금융노조 위원장인 이용득 전 노조위원장에게 여전히 차량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은행원 개인으로는 사상 최고의 금액을 횡령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나 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상벌위원회 내지 징계위원회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위원장의 경우 개인이 아닌 신분을 보고 차량을 지원하는 것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허술한 인사관리로 직원들간 위화감이 깊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엄격한 감사와 관리감독을 통해 업무와 영업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전직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현 금융노조 위원장에게 차량을 지원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우리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이위원장 개인이 아닌 금융노조 대표라는 신분을 감안해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위원장의 경우 현재 당연퇴직 상태로 우리은행이 차량을 비롯한 어떠한 지원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미 급여의 일부분을 노동조합비라는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는 마당에 차량까지 지원하는 것은 과다한 지출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23억원을 횡령한 직원에 대해 상벌위원회 내지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일정 부분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상급단체인 법원으로부터 형이 확정되기 이전에 은행내에서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더욱이 급여의 절반만을 지급하고 있어서 딱히 문제될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협과 관련된 직원의 경우 노조와 합의 없이 은행이 독단적으로 징계를 할 수 없다”며 “형이 확정되는 대로 당연퇴직을 시키는 동시에 급여 지급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사상 최고의 금액을 횡령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며, 더욱이 대출 등 일선 업무에 있어 사소한 실수 및 사고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에 대한 감독책임을 지고 있는 예보 관계자는 “직원들의 상벌에 있어서 상위법이 우선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퇴직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어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다”며 “피고용인의 고용안정을 최우선하다 보면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