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지난 4월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상향조정한 데 이어 6월중 은행의 마이너스대출에 대해 약정액 기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쌓는 안을 추진하고 있어 또 한차례 파문이 예상된다.
만약 이 안이 확정되면 시중은행들은 2분기부터 가계대출 충당금 상향조정에 따른 7,280억원 외에 약 6,0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며 특히 카드사들은 미사용한도에 대해서도 추가 충당금을 적립함으로써 당기순이익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당초 금감원은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세 억제와 우발채무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달초부터 이 제도를 실시하려 했지만 은행 실무자들과의 의견조율로 답보 상태다.
금감원 경영지도과 관계자는 “이 안이 확정되기에 앞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 제도가 현실화됐을 경우 은행의 전산시스템 변화 등 테크니컬한 분야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정책결정과 기술적인 부문의 점검은 별개다”라고 덧붙였다.
▶약정금액 기준 충당금 적립 방식은
금감원의 안(案)은 쉽게 말해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부도시 미사용한도의 인출가능액에 대해 충당금을 적립시키겠다는 말이다. 즉 마이너스대출에 대해 ‘신용환산율’을 적용, 충당금을 쌓게 하겠다는 것.
현재 시중은행들은 마이너스통장의 잔액(약정액에서 실제대출된 금액)에 대해서만 건전성 분류에 따라 각각 정상 0.75%, 요주의 5%, 회수의문 55% 등을 쌓고 있다. 그런데 약정금액 기준으로 충당금을 적립하게 되면 현재 적립액의 약 2배이상을 쌓는 결과를 초래한다. 왜냐면 통상 마이너스대출 잔액은 약정액의 50% 수준이기 때문.
예를 들어 100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 고객이 평균 400만원을 사용한다면 은행은 400만원의 0.75%인 3만원만 적립하면 되지만 ‘신용환산율’을 적용하면 이 고객이 부도시 1000만원의 한도를 모두 쓸 것을 감안해 추가 600만원에 대해서도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금융권이 반발하는 이유는
시중은행들은 우선 과도한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마이너스대출 영업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금감원의 가계대출 억제 의도와 직결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마이너스대출은 대부분 우량회원이나 급여이체 고객들을 상대해 보너스 성격으로 판매되는 것이라 추가 충당금 적립에 따른 은행부담을 금리에 적용시킬 수도 없다”며 “금리를 다소 올린다 하더라도 우량한 고객들이 우발채무 때문에 이자를 더 지불하게 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사용액에 대한 충당금 적립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업체는 신용카드사들.
지난 4월 은행들이 신용카드 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비율을 0.5%에서 1%(정상여신)로 높였을 당시 최소 5%이상을 적립하고 있다는 이유로 피해갔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은행의 마이너스대출과 달리 신용판매 및 현금서비스 한도와 실제 사용액간 괴리가 크기 때문에 충당금 적립액이 엄청나게 증가하게 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마이너스대출은 총 대출규모의 10%안팎을 차지하고 약정액이 잔액의 대부분 2배정도지만 카드사의 경우 한도만 있고 사용하지 않는 카드가 수두룩하고 실사용액과 한도액의 차이가 커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은행 5월말 마이너스대출 규모>
(단위: 억원)
/ 은 행 / 마이너스대출<잔액기준>
/ 국 민 / 8조6898
/ 조 흥 / 4조5000
/ 우 리 / 7조1000
/ 신 한 / 1조1785
/ 서 울 / 7427
주) 우리은행은 4월말 기준, 자료: 개별 은행
전지선 기자 fnzz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