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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매각 무산 사상 ‘초유의 일’

송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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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2-05-02 12:31

사실상 ‘주인’ 채권단 결정 기업이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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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시장에 맡겨질 듯…출자전환 은행들 부담 지속

외국사들 ‘횡포’에 첫 반발…정부 역할 놓고 왈가왈부


IMF 외환위기 이후 계속되어온 부실 기업 구조조정 및 매각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하이닉스 이사회는 지난 30일 채권단이 99% 성사시켜 논 마이크론에 매각건을 만장일치로 반대해 매각을 무산시켰다.

하이닉스는 금융권 부채가 11조원이 넘고, 그중 4조원 가량을 출자전환하기로 해 사실상 채권단이 주인이나 마찬가지. 그런데도 하이닉스 이사회측은 이를 거부하고 독자생존의 길을 선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과 하이닉스 이사회가 마이크론과의 협상과정에서 동상이몽을 하고 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당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왈가왈부 말들이 많다.

매각대금과 방법 등 모든 계획이 구체적으로 다 나온 마지막에 회사측이 매각을 거부했다는 것은 그동안 채권단의 매각협상 진행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최소한 회사측과 매각에 대해 협의를 하지 않았거나 했더라도 논의가 매우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이 결과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앞으로 채권단의 권리 및 압력 행사에 따라 경영진의 상당수가 물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이닉스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일단 회의적이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이사회가 최악의 선택을 했다” 또는 “이제 법정관리나 청산의 길밖에 남지 않았다” 등 D램가격 회복 전망이 불투명하고 하이닉스가 그동안 시설 및 기술투자를 제대로 못해 기술력 및 경쟁력이 최악인데 어떻게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물론 하이닉스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부정적인 견해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국가적 이익을 고려할 때 핵심산업인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헐값’에 매각하기보다는 정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던 일부 소액주주 등은 매각 무산을 대찬성하고 나서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거듭된 부실 대기업 매각에서 인수협상자의 막판 포기로 물을 먹은 적이 여러 번 있다.

HSBC의 서울은행, 포드의 대우차, AIG의 현대증권등 금융 3사 인수 포기 등 굵직 굵직한 매각건만 3번이나 된다.

반대로 이번에는 협상 타결 직전에 우리측이 매각 거부를 선언함으로써 심리적인 위안을 얻었다는 국민들도 있다.

한 관계자는 “외국인과 외국사들에 굽신거리며 우리 기업을 사달라고만 하다가 이번에는 우리가 매각을 거부해 복수한 심정”이라고 까지 말했다.

비계량적인 심리적 위안과 다르게 하이닉스는 이제부터 철저히 시장논리대로 생존해 나가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동안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자금지원, 출자전환 등 다소 정책적인 지원으로 연명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D램 가격 높낮이 대응, 시설투자 등을 통한 경쟁력, 그동안 구겨진 브랜드 이미지 회복 등 하이닉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것들을 극복해야 한다.

하이닉스 여신을 대거 출자전환한 채권단들의 운명도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거의 1조원 안팎의 여신을 각각 지원하고 그중 상당부분을 출자전환하기로 한 은행권의 부담은 말이 아니다. 이들 은행들은 하이닉스 여신에 대해 많게는 50%의 충당금을 적립한 곳도 있으나 산업은행 등은 충당금이 턱없이 모자라다.

하이닉스가 독자생존에 실패할 경우 이들 채권단은 또 다시 부실의 멍에를 져야하는 점이 큰 부담이다. 그동안 진행해온 금융구조조정의 성과가 물거품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나 채권단은 매각 무산에 따라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현대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

하이닉스 이사회가 매각을 무산시킨 마당에 마이크론측을 달래 협상 테이블로 끌고 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신규자금을 지원했다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부가 구조조정 및 개혁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한다. 그 결과는 당장 증시 및 외환시장에서 나타날 것이다.

전윤철 재경부장관 및 경제부총리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대로 둘 수 만은 없다” “이사회의 결정은 매우 당혹스러운 것” “여전히 매각이 최우선 방법” “마이크론측이 인수를 원할 때는 거부할 필요는 없다” 등 당장 뚜렷한 대책은 없다.

정부나 채권단, 또 시장 일각에서는 하이닉스 매각 무산에 따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클린마켓을 지향하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단 증시는 하이닉스 매각 무산이 발표된 지난달 30일 충격을 극복하고 강보합으로 끝났다. 증시관계자들도 당장 하이닉스가 도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어쨌든 정부나 채권단은 매각만이 최우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장 마이크론과 매각협상을 재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11조원의 자금을 지원한 채권단,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의 막바지 고삐를 쥐었던 정부와 시장의 미래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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