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 외환, 서울등 구도 복잡…장기적으로 ‘한 묶음’ 될 수도
은행권의 제2빅뱅은 어떻게 진행될가. 현재까지 신한+한미, 하나+제일 합병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간의 완급은 있겠지만 최근에는 조흥은행과 서울은행, 그리고 여기에 외환은행이 추가로 합병되는 3가지 가닥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물론 해당 은행들은 한결같이 구체적인 진행 사항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은행에 따라 부인 강도가 달라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먼저 가장 유력한 합병 시나리오는 하나은행과 제일은행의 통합.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은 협상대상자는 있지만 합병일자를 정하기 어렵다며 합병작업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시사했다. 김 행장은 또 독자적으로도 2~3년후에는 자산 100조 규모로 성장할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합병을 통해 조기에 규모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제일은행의 태도변화도 관심사다. 올해초까지 합병은 하나은행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이며 가능성이 없다고 부인하던 자세에서 돌변했다.
특히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은 드러낼 만한 것은 없지만 합병논의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한미은행의 ‘짝짓기’도 시간이 다소 지체될 뿐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두 은행 모두 규모의 열세가 약점이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리고 통합 자회사 은행의 지배권에 대한 합의만 이뤄진다면 칼라일과 신한금융의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칼라일의 경우 한미은행에 하영구 행장을 선임했듯이 자본 참여 외에 경영권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신한금융도 그룹 차원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어서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된다면 경영권등 지배구조문제가 핵심쟁점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들어 또 다시 부각되고 있는 합병 시나리오는 조흥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이다. 여기에 외환은행이 추가로 합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조흥은행은 이미 지난해부터 그 의중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우량 은행과의 합병이라는 조건에는 비록 조흥은행이 부합하지 않지만 하나의 대안으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와 관련 홍석주 행장은 최근 시간과 가격이 맞으면 언제든지 합병에 뛰어들 수 있다고 밝혀 제2빅뱅시 결코 이니시어티브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지주회사 설립 과정에서 합병 문제를 해결한다면 조흥은행은 물론 국내 금융권의 구조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단 정부가 서울은행의 경우 합병 보다는 국내 산업 자본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그 성사여부는 앞서 거론한 두 가지 케이스에 비해 불투명하다.
아무튼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 은행산업은 5~6개의 거대은행군으로 재편돼 새로운 양상의 경쟁구도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