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는 1일 창립 48주년 기념사를 통해 “국책은행에 부합하는 모럴뱅크(Moral Bank)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재는 “최근의 벤처투자와 관련한 물의 발생 등을 자성의 계기로 삼고 산은의 위상과 국민의 기대에 걸맞게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을 실현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 창립 48주년 기념사 전문 -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오늘로서 우리은행이 마흔 여덟번째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전재복구와 산업부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우리은행은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경제의 발전단계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변신하면서,
육·칠십년대의 수출산업 및 중화학 공업 육성,
팔·구십년대의 전자, 기계, 자동차, 반도체 산업 육성 등
격동의 산업현장에 늘 함께 있었습니다.
특히, IMF사태 이후에는
대우그룹, 기아자동차 등
국가적 현안이 되었던 주요기업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처리하여
우리경제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천만원으로 출발한 납입자본금은
지난 48년간 7조 2천억원으로
10억원의 자산규모는 82조원으로 증가하였고,
BIS기준 자기자본이 7조 7천억원에 달하는
세계 70위권의 大은행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은행은
은행권 설비자금 전체의 40%인
25조원을 공급하는 한편
산업금융채권의 금융채시장 점유율 60%,
프로젝트 파이낸스 시장점유율 85%,
회사채 발행주선 시장점유율 20%,
우리나라 외채총액의 20%에 달하는 외자도입 등
이땅의 금융史에
“최초“, “최대”, “최고”의 기록을 수없이 경신하였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동안의 발전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지난 IMF 외환위기시에는 부실채권의 누증으로
2차례에 걸쳐 5조 2천억원의 감자를 단행하였으며,
25%에 달하는 직원이 우리 곁을 떠나고
점포 및 조직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의 아픔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산은인은
특유의 저력으로
이러한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왔으며,
지난해에는 자본금을 3조 5백억원 확충하고
부실여신의 제로화에 힘써,
흑자경영을 일구어 냄으로써
여의도시대의 元年을 더욱 의미있게 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직원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그동안 은행발전의 초석을 다져주신
우리은행 선배님과 관계기관 및 고객여러분의
성원에 대하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이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금융환경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IMF사태 이후 고통스럽게 추진해온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우리은행의 신용등급이 두단계 상향되는 등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국책은행으로서 이러한 호기를
일등 경제국가로 발전하는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산업 및 금융구조의 변화흐름을 한발 앞서 읽어내고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하겠습니다.
먼저, 산업구조의 소프트화 추세에 대응하여
IT산업 등 지식기반 신산업을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는 한편,
지방경제 활성화, SOC 프로젝트, 환경산업 등
일반은행들의 접근이 곤란한 분야에
중점적으로 업무를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월드컵 개최에 따른 국가위상 제고와
세계적인 경제회복 분위기를
우리경제의 장기적인 체질강화로
연결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저리자금의 조달 등을 통한 설비투자 촉진노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경제적 역할을 더욱 높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직접금융의 확대 등 금융구조의 변화와
고객 니즈의 다양화 등에 부응하여
신규업무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운영자금 공급과 관련한 산은법 개정을 통하여
기업에 대한 전방위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으므로,
기업금융을 종합적으로 취급하는 등
한차원 높은 서비스 제공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실력은
아직도 선진 유수은행과 경쟁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명실공히 기업의 CFO역할을 수행하는
세계일류의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첨단분야에 대한 실무연수를 강화하여
국민경제 발전을 책임질 금융인재의 산실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사관학교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한편, 은행의 대외위상 및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부실여신비율 Zero의 Clean Bank 이미지를
확고히 심어야 하며,
모든 임직원이 수익마인드로 재무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부실기업 및 구조조정대상기업은 조기에 처리하여
내실을 다지면서,
우리은행이 비교우위를 가진 업무에 대해서는
시장지배력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이와 함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위험관리 Tool을 개발하여,
수익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변화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변화에 대한 동기가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샘솟도록
의식개혁과 문화혁신에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조직의 발전이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여
개인보다는
은행 전체적인 시각을 중시하는 풍토가
더 한층 조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승자의 주머니에는 꿈이 있고
패자의 주머니에는 욕심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금융의 정글에서
세계속의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작은 것에 연연해 하지 말고
조직전체의 역량을 결집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아울러, 최근의 벤처투자와 관련한 물의발생 등을
자성의 계기로 삼고
우리은행의 위상과 국민의 기대에 걸맞게,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정신을 실현함으로써,
국책은행에 부합하는 Moral Bank를 재구축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업무의 정보화 및 시스템화에도
매진하여야 하겠습니다.
경영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하고,
우리은행의 IT수준은
도매금융기관으로서의, 특성화된 발전전략을
지원할 수 있도록, 더욱 고도화하여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우리가 걸어온 지난 반세기의 역사는,
우리에게 知天命의 명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국내에서의 최고, 최대의 위치에
만족하지 말고,
세계속에 손색이 없는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서,
글로벌 시대의,
당당한 주역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꿈과 의지는
빛나는 전통과 노하우,
임직원 여러분의 열정과 맨 파워,
그리고,
우리은행을 믿고 찾아주시는 수많은 고객이 있는 한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눈 내린 들판을 밟아갈 때에는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말라”는
선인의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선도하는 국책은행원으로서
우리 모두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세계 일류은행으로 웅비하려는 큰 뜻에
창조적인 힘을 실어봅시다.
지난 48년을 함께 달려왔듯,
손에 손잡고 다시한번 힘차게 뛰어봅시다.
임직원 여러분 및 여러분의 가정에
늘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