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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민영화의 딜레마

관리자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2-03-17 19:25

<이 재 웅 성균관대 부총장>

최근에 금융기관 인사철을 맞이해서 우여곡절 끝에 몇몇 시중은행 은행장들이 교체됐다. 연임여부로 관심을 끌던 조흥은행장과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외환은행장이 모두 사퇴했다. 이것을 두고 또 정부의 인사개입이니 관치금융이나 논란이 많다.

공교롭게도 이 두 은행은 모두 정부가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국유화된 은행들이다. 정부가 대주주이니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유에 관계없이 그동안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개입이 우리 금융산업을 낙후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관치금융으로 은행의 책임경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비능률로 경쟁력이 약화되어 마침내 IMF 외환위기를 맞게된 것이 아닌가.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줄이고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 이것이 은행 민영화 논리인데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은행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에서는 정부가 주인이지만 그것은 불가피한 상황일 뿐 바람직한 상태라고 할 수는 없다. 국유화된 은행에서도 정부가 주인 행세를 하지 않고 은행장등 경영진의 자율경영에 맡기면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실제로 과거에는 은행이 민영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인 이상으로 경영과 인사에 온갖 개입과 규제를 해왔다. 특히 은행뿐 아니라 소유가 널리 분산되어 이렇다 할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기관의 임원자리는 지분이 전혀 없는 정부가 소위 낙하산 인사를 해온 것이 관행이었다.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는 결국 지배주주를 찾아서 책임경영을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마침내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서 은행법을 개정하고 있다. 동일인 소유한도를 종래의 4%에서 10%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초래해서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종금사, 상호저축은행 등 소유제한이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제2금융권이 외환위기 때 크게 부실화됐던 주요원인은 이들이 대부분 기업 등 산업자본의 사금고였기 때문이다. 대기업 등 산업자본에게 은행을 맡기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안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절충안이 소유한도는 10%로 확대하되 4%가 넘는 지분에 대한 의결권은 제한한다는 것이다. 결국 주인은 찾아주되 주인 행세는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한동안 산업자본이 아닌 금융전업자본가에게 은행을 맡기지는 주장이 논의되더니 왠일인지 더 이상 진전이 없다. 정부가 금융전업자본가를 육성해서 은행 소유를 허용할 용의가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국내에는 대기업 이외에 이렇다 할 금융자본가는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외국 금융전업자본가는 어떤가.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외국 금융자본이 국내로 대거 진입했다. 당초에는 제일은행, 서울은행, 대한생명 등을 외국자본에 매각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제일은행 이외에는 별 진전이 없다. 헐값매각 시비, 거래의 투명성 결여, 협상력 미숙 등으로 외국자본에게 국내은행을 매각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말로는 국내 은행을 외국자본에 매각해서 경쟁을 촉진하고 선진 경영 기업을 습득하고 외자를 도입함으로써 국내 금융산업이 발전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매각은 지지부진했다. 또한 은행을 외국자본에 넘기는 것을 꺼리는 정서도 걸림돌이다. 은행이 외국자본에 넘어갈 경우 무엇보다도 정부의 부당한 개입이나 규제는 어렵게 된다. 제일은행의 경우 은행장은 계속해서 외국인이 맡고 있으며 정책당국의 부당한 개입은 거부한다. 따라서 제2, 제3의 제일은행이 외국자본에 매각되는 것은 누구보다 정부가 원치 않을 것같다.

은행민영화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즉 은행의 주인 행세를 누가 하느냐가 문제이다. 일단 정부가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등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외국자본에게 국내 은행을 맡기는 것은 안된다. 그렇다고 지배주주가 없는 소액주주들로서는 은행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없다. 이래저래 은행 민영화는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왕에 투입된 대규모 공적자금의 회수는 어떻게 되는가. 최근에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위해서 발행한 예보채의 차환발행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딜레마를 반증하는 것 아닐까?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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