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매각사례와 정책是非 바로미터
서울은행의 DBCP 매각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서울은행의 진로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99년 HSBC 매각협상 결렬에 이어 두번째 해외매각 시도가 완전 결렬됨에 따라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은행측은 DBCP와의 매각협상 결렬에 대해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매각 MOU까지 체결한 HSBC가 막판에 등을 돌린 경험이 있고 DBCP는 단기투자목적의 펀드로 경영권에는 당초부터 관심도 없는 상태에서 풋백옵션등 무리한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당국은 해외매각을 포함해 국내매각, 다른 은행과의 합병, 자회사 편입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중이나 아직 최종 입장을 결정하지 못했다.
마땅한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합병도 여의치 않을 경우 독자생존시킬 가능성도 있으나 지금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어쨌든 서울은행은 당분간 또는 상당기간 독자생존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은행법 개정에 따라 국내자본이 은행지분의 10%까지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아직까지 적극 나서는 기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권을 넘길 주인을 만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이나 조흥 외환등 정부지분이 있는 은행과 합병시키는 방안은 정부의 결정만 있으면 언제라도 가능해 가장 빠르게 서울은행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에 편입된 은행들이 아직까지 뚜렷한 전망을 보여주지 않고 있고 한빛은행이 보유한 현대, 하이닉스 등 대규모 한계기업 여신도 부담이다.
조흥 외환은행도 이들 기업들에 대한 충당금 부담으로 허덕이고 있어 자산건전성이 월등한 서울은행을 합병시키기에는 마땅치 않다.
조흥은행은 국민-주택 합병은행, 우리금융,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출범에 따라 제4의 대형은행 출범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서울은행의 파트너로 자주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강정원 서울은행장 및 박승 공자위 위원장은 자산건전성이 우량한 은행에 서울은행을 묶을 수는 있어도 부실은행은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 조흥은행이 대안이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외환은행도 이런 면에서는 가능성이 작다.
서울은행의 월등한 자산건전성을 이용, 이들 은행의 우량화 시도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서울은행의 자산규모가 작아 ‘물타기’ 효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한미 하나 등 우량 중견은행과의 합병도 점쳐볼 수 있지만 이들 은행들이 정부의 지원없이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은행은 자본금 6800억원 기준으로 지분 51%를 주당 5000원에 인수해도 3400억원이 소요된다.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 컨소시엄이 눈독을 들인다면 모르나 성격이 비슷한 DBCP가 포기한 것을 보면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하나은행의 경우도 자금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자금력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난 국민-주택 합병은행에 서울은행을 자회사등으로 넘길 수도 있으나 이미 독과점 상태에 접어든 합병은행 규모를 감안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서울은행 일각에서는 10일 박승 위원장이 가능한 방법중의 하나로 밝힌 ‘독자 경영정상화’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이다. 장기적으로 합병 또는 국내매각의 길을 가겠지만, 일단은 혼자 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은행이 상당기간 독자회생의 길을 갈 경우 뉴브리지에 매각된 제일은행과도 좋은 비교가 될 전망이다.
서울은행은 제일은행과 함께 IMF 체제로 들어오면서 해외매각이 결정됐으나 제일은행만이 뉴브리지캐피탈에 지난 99년12월에 매각됐다.
제일은행은 풋백옵션을 포함해 15조 안팎의 공적자금을 투입, 해외매각 및 정상화의 길에 접어들었고 서울은행은 5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 독자행보 및 국내주인을 기다리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은행 구조조정의 대명사격인 두 은행의 향후 진로는 IMF 체제하의 금융구조조정 정책의 시비를 가리는 좋은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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