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지원과 신용대출 관행의 조기정착을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 그리고 은행연합회가 추진중인 ‘기업신용정보 집중·활용 방안’이 구체적인 실행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은행들이 정보를 공개하고 연합회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전략 수립과 마케팅의 기초자료가 되는 기업의 정보를 공개한다면 영업력 손실로 이어진다는 우려때문이다.
물론 은행들도 신용등급이 우량한 일부기업에 자금지원이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담보위주의 여신관행에서 탈피, 신용대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일방적인 지시를 통해 제도를 정착시키려 한다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초, 은행이 거래하는 기업고객의 정보가 은행연합회 신용전산망에 등록돼 여신결정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이렇게 되면 거래 기업의 금융거래 및 재무상태는 물론 기업의 소유구조, 주요 거래처, 원자재 확보상황, 종업원 근로조건 등 기업의 모든 정보가 집중관리된다.
기업의 모든 정보가 전산관리되면 은행여신관행은 경영이 투명하고 재무·영업상태가 양호한 우량기업은 이득을 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연합회에 집중되는 정보가 지나치기 세분화되고 세세한 정보까지 포함되는 것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기업신용정보 집중·활용 방안’의 기본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심사의 핵심사항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고객 DB”라며 “생명과도 같은 고객 DB를 공유하자는 것은 은행이 살림을 같이 차리자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여신담당자는 “아무리 우량한 고객 DB라도 자기 은행의 영업방침과 마케팅전략과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고객 DB를 집중관리한다고 신용대출이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론을 반영, 은행연합회의 여신관리위원회는 당초 계획안을 수정해 보완하는 작업을 추진중이지만 제도의 구체적인 실행시기와 집중되는 정보의 수준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시스템구축 등의 문제로 내년초 시행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다”며 “은행의 요구를 수용 집중되는 정보의 수준을 조정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