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내 새로운 의사채널 마련해야”
금융구조조정의 마지막 시험대인 우리금융이 자회사 은행과의 잦은 마찰로 난항을 겪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지주회사 우리금융은 국내의 경제, 금융환경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으로 어떠한 방식으로든 정상궤도에 안착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띄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지난 4월2일 출범 이후 5개월간 우리금융이 추진한 업무통합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진단,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편집자주>
우리금융의 업무통합 실무작업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IT자회사 설립에 반대, 한빛은행의 IT 관련 직원들이 철수한데 이어서 광주은행도 태스크포스에 참여했던 인력을 전원 철수시켰다. 여기에 경남, 광주은행은 경영발전간담회에 불참해 이달말 예정된 IT자회사 설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출범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계와 언론에서 성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또한 지주회사라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인 업무마찰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년 3월 기능재편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 금융계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자회사간 마찰과 업무표류가 지주회사가 주장하는 데로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시행착오인지, 아니면 구조적 모순에 의한 문제로 개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지 진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우리금융이 현재와 같이 정상적인 업무진행을 추진하지 못하는 데는 기능재편을 위해 1년간 유예기간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점은 금융계는 물론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지난해 7월과 12월 노사정합의를 통해 한빛, 평화, 경남, 광주은행은 공적자금의 투입의 조건으로 지주회사에 편입된다는 합의를 이뤘다. 이와 함께 ‘2002년 3월 이후 기능재편을 통해 자회사 은행의 조직을 전면 개편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문제는 기능재편을 위해 1년이라는 유예기간을 굳이 둘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출범과 동시에 기능재편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며 “1년 동안 독자경영을 한 뒤 기능재편을 추진할 때 생기는 직원들의 반감보다는 당장의 노조 반감과 집단 행동을 무마하려 했던 것은 정부의 오판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무리하게 수용해 문제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편 예보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도입되는 금융기법으로 1년 동안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면서 최적의 방안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며 “내년 3월 이후 기능재편 이전까지 잦은 마찰과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예보의 주장에 대해 금융계는 우리금융의 설립 목적이 선진 금융기법의 도입이 아닌 구조조정을 위한 방편이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합병 등 직접적인 방법이 아닌 지주회사를 통해 부실금융기관을 우회적으로 정리하려는 방침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금융의 회장단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한 것이 기능통합을 어렵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의 회장단이 엄연히 존재하는 가운데 자회사 은행의 은행장을 임명해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자회사 은행의 은행장은 우리금융 회장단의 부회장이 겸임했어야 한다는 것은 지주회사 출범 이전부터 지금까지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이다.
이에 따라 금융계는 지금이라도 우리금융이 정상적인 업무통합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리금융과 자회사, 우리금융과 자회사 노조, 그리고 자회사 경영진과 노조간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서는 지주회사와 자회사 노조간에 마찰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할 공식 채널이 없다.
자회사 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원만하게 해결할 의사결정 채널이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