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명퇴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 한미, 제일은행에 이어 주택은행도 조만간 명퇴를 실시할 예정이다.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명퇴는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소수의 희생을 통해 다수의 생존을 도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퇴직자에 대한 사후 처리가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은행 퇴직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96년 이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퇴직한 직원이 7만8000여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재취업한 인원은 전체의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인력 실업 및 재취업 대책’ 보고서를 통해 1996년 이후 지난 6월말까지 은행권 퇴직인원이 7만8642명이며 이 가운데 재취업 인원은 1만8959명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재취업율이 낮은 것은 은행에서 퇴직한 직원은 대부분 연령을 기준으로 퇴직하게 됐는데 이 연령대의 인력은 일반 기업에서도 채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재취업 및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퇴직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명퇴 예정자를 대상으로 재취업 교육과 연수를 실시하려 했지만 직원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정부는 10월부터 금융기관과 기업의 퇴직자를 재교육시켜 정보기술(IT) 및 벤처기업에 취업을 알선키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금융연구원 산하 금융연수원, 한국과 학기술원 (KAIST), 한국개발연구원(KDI)에 4개월 안팎의 교육 프로그램 을 개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IT 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고 이에 따라 국내 IT산업이 저성장, 수출감소 추세에 있는 상황에서 재교육을 통한 취업의 가능성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퇴직했던 직원들을 재입사시키는 것을 모럴헤저드로 몰아가기도 했다. 금융감독에 대한 눈속임으로 구조조정 시늉만 했다며 사기행위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