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총파업 이후 위축됐던 은행 노조가 조직을 재정비, 은행장과 경영진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졌던 인사와 전략수립에 직접 관여하는 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가 발언권을 높이는 것은 조합원의 권익을 보장하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은행 발전을 도모한다는 주장이지만 경영혼란과 내부 갈등을 유발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노사의 갈등증폭은 은행의 진로에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이에 따라 경영진도 신뢰회복을 위해 뚜렷한 비전 제시와 함께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노조가 최고경영진의 고유권한인 인사권과 조직개편, 그리고 전략 수립에 있어서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빛은행의 경우 우리금융지주회사에 인력을 파견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로 진통을 겪었다. 우리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관리와 감독 체계를 담당할 종합조정팀을 신설하면서 한빛은행의 경영전략단 핵심 멤버와 업무를 흡수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경영전략단 인원이 빠져나가고 업무가 분리되면 그동안 경영전략단이 수행했던 한빛은행 내부의 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며 반대했었다.
한미은행도 하영구 행장의 취임 이후 빚어진 노사갈등 과정에서 노조는 외부인력의 영입을 놓고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10여일간의 농성 끝에 팀장급의 외부인사를 영입할 경우 사전 협의를 거치기로 하는 선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했다.
은행 안팎에서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은행에서 필요로 하는 외부 전문인력을 영입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나 은행체제 개편후 조직원의 불안심리를 해소시키는 선행작업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은 임원진 교체를 놓고 노조가 행장에게 직접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김종창 행장에게 대대적인 임원교체를 요구하며 노조가 바라는 이상적인 임원상을 행장에게 전달했다. 세대교체의 명분을 들어 현 임원에 대한 반대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임원 선임을 단순히 나이를 놓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또한 김행장 스스로 취임 이후 줄곧 은행 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사를 밝히고 있어 노조의 주장이 한발 앞선다는 지적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