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예견한 e-서비스 전략을 살펴보면 이러한 가상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의 중역이 출장을 위해 공항으로 떠나지만 가는 도중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으로 결항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택시노조의 파업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우회적인 항공편도 이미 예약이 넘쳐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을 중역이 실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이미 e-서비스가 작동되어 난감한 상황을 탈출하게 해 준다.
어떻게 가능할까. 항공사의 운항 정보서비스가 임원의 여행서비스에 경보를 보내 항공편이 취소됐음을 알리고 여행사는 다른 5개 항공사의 운항 정보서비스에 견적 요청서를 발송한다. 임원이 공항에 도착할 쯤에는 이미 차선의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다. 차선의 스케줄따라 변경된 모든 후속스케줄도 물론 다시 세팅이 된다. 이러한 정보는 임원이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무선호출 또는 무선 인터넷정보망을 통해 임원에게 전달된다.
이렇듯 모든 생활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상황을 e-비즈니스는 지향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금융기관의 예에 적용시키면 이해가 빨리 된다. 어는 금융기관 고객이 적금을 해약하려고 해약신청을 하는 순간 e-비즈니스의 메카니즘이 작동해 고객이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재테크방법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같은 e-비즈니스의 세계에도 기술적, 논리적 허점은 있다. 예를들어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를 가정해 보자.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회사의 정보가 e-비즈니스 메카니즘을 통해 미리 전달되고 자연히 보유할 것인지 매도할 것인지 투자자에게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같은 제로섬(Zero sum)게임의 원칙이 지배하는 시장에서는 시장참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반드시 e-비즈니스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승리자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자가 되야 하지만 모든 시장참여자가 동일한 e-비즈니스 메카니즘의 혜택을 받는 다면 모순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가정이긴 하지만 e-비즈니스가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모든 인간이 e-비즈니스가 세팅해 주는 결과를 그대로 따를 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디지털시대가 도래하는 것이 필연적인 역사적 결론이라고 단정하고 있지만 인간의 역사를 보면 반작용의 역사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Anti)인터넷 마케팅이 오히려 큰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현재로서는 무시할 수 없다. 결국 이는 철학적인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e-비즈니스가 꿈꾸는 세상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