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혁명이 금융산업 재창조”

정보기술(IT)의 혁명이 금융산업을 재창조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뉴비즈니스가 어디서 시작돼 어디까지 갈 것인지 가늠해 볼 겨를도 없이 국내 금융기관들 앞에 성큼 다가서 있다.

금융권별로 사용하는 용어는 다르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은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이제 권역내에서의 경쟁은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권역간 업무 장벽을 허물겠다고 발표하는 여러 조치들이 오히려 구태의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금융권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정보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증권업계의 홈트레이딩 시스템이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고 나서부터다.
여기엔 기본적으로 인터넷과 통신망의 급속한 발전이 한 몫을 했다. 왠만한 사무실에서는 랜을 통한 인터넷 접속이 당연한 현실로 다가섰고, 가정에서도 빠른 속도의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전혀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여건 성숙은 곧바로 금융권의 다양한 비즈니스 채널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증권업계에서는 웹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단순 브로커리지 업무만을 하겠다는 증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증권사의 부수업무에서 이제는 독립적인 사업으로 급성장한 것이다.

은행이나 보험권도 뒤질세라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인터넷 뱅킹 또는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고객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업조직을 통한 마케팅에 익숙해 있는 보험권도 내년 중반부터는 본격적인 인터넷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다. 코스닥시장을 관리하는 ㈜코스닥증권시장은 매일같이 발생하는 체결지연 사태에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증권사들도 홈트레이딩 시스템의 다운 가능성으로 인해 속을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사이버 트레이딩 확산에 따른 증권사들의 수수료 격감은 더 큰 부담이며 증권산업의 재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고객들의 불만에 따른 이미지 실추나 수입 감소가 일차적인 고민이지만 금융권은 금융시스템의 기반이 근본적으로 바뀔 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강봉균 재경부장관은 지난 5일 인터넷상의 증권거래소 개설 가능성을 서슴없이 얘기했다. 증권거래 시간의 확대를 위해 야간에도 거래가 가능하게끔 이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은행들은 이미 24시간 영업체제에 들어간 지 오래고 이같은 서비스 확대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재편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대안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보험권은 방대한 영업조직을 아예 없애야 할 지도 모를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웹 비즈니스는 금융권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의 도발적이면서도 거친 도전은 한가롭게 이것저것 재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용납하고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면 앞서 개척하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힐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일 뿐이다.
올해 금융권의 웹 비즈니스는 또 한차례 큰 변화의 획을 그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인터넷이라는 비즈니스 ‘툴’이 노트북을 비롯한 PC상에서 주로 이뤄져 왔다면 올해는 휴대용 전화기를 통해서도 현실화된다.

이는 유선 인터넷이 무선 인터넷으로 한단계 도약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있으며, 휴대폰 보급률이 세계 수준을 이미 뛰어넘은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그 파급력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디지털TV 보급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TV를 통한 인터넷 이용도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고객들을 고려하면 금융권의 웹 비즈니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이제 금융권은 단순히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라는 차원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창조하기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자신이 속한 자그마한 울타리 뿐만 아니라 타금융권,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정보통신(IT)으로 무장한 일반 기업들과 금융업 자체를 놓고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김병수 기자 bskim@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