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등급을 믿을 수 없다”.
“소문만 무성한 벤처기업 실상이 파악됐다”.
수조원의 정부 자금이 집행될 벤처 프라이머리 CBO풀에 벤처기업 CEO와 신용평가를 담당한 평가회사 연구원의 상반되는 말이다. 하지만 모두 맞는 말이다. 이번 신용평가를 통해 벤처기업의 화려했던 사업모델의 실상이 파악됐고 또 평가한계도 노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 미등록 업체인 벤처기업의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올초부터 불기 시작한 벤처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하기로 하면서 기초자산이 되는 개별 벤처기업의 회사채 신용등급 평가가 수행되기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이토록 많은 벤처기업들이 한꺼번에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현재까지 신용평가 3사 인력이 총동원되어 약 1000여개에 달하는 중소벤처기업을 평가했다.
또한 신용평가사들은 앞으로 남은 대우증권 삼성증권의 CBO풀에 참여시킬 벤처기업 발굴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동양종금 CBO풀 결성을 계기로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고 겉치레만 화려했던 여러사업 모델의 실상이 파악됐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프리젠테이션과 협상만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벤처기업으로 하여금 까다로운 평가절차에 눈뜨게 했다는 것이다. 정부 재정자금을 그저 눈먼 돈으로 알고 ‘평가’에 거부감을 보였던 벤처기업들이 점차 평가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벤처기업들은 B와 CCC등급에 집중되어 있다.
사실 BB등급 이상을 받은 벤처기업은 10% 미만이다. 동양종금 CBO 풀 평가에서 BB-BB를 받은 기업들은 대부분 성숙기에 들어서 현금흐름이 안정화된 기업이거나 이미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로 국한돼 있다.
이번 평가에서 성장성은 인정되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과 성장성은 크지 않지만 현금창출이 안정정인 기업이 동일한 신용등급을 받는 한계가 노출됐다. 또한 우수한 기술력은 신용등급과 별 상관이 없었다.
이번 작업에 참여한 한국신용정보의 한 관계자는 “일반기업보다도 벤처기업 평가의 경우 등급 분류에 있어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를 위해 서로 상충관계에 있는 성장성과 안정성의 잣대를 동시에 보여주고 기술력을 반영할 수 있는 세분화된 등급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한신정에서는 벤처 업종별 평가 가중치를 달리하는 모델을 개발해 적용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