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설비투자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 2월1일부터 3월14일까지 전국 2828개 업체들의 투자동향 및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해 작성한 ‘2001년 산업설비투자 전망’에 따르면 올해 이들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대비 1.1% 증가한 47조211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계획이 이같이 증가한 것은 최근 들어 처음 있는 일로 산은이 지난해 10월 조사했을 때만해도 마이너스 3.7%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설비투자 증가는 소비 및 건축허가 등 일부 경제지표 회복에 따라 경기 둔화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은은 다만 임시 투자세액 공제제도 실시 등 정부의 투자활성화 노력에 힘입어 국내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나 경제환경에 여전히 불안요소가 남아 있어 기업들이 투자계획 수립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문별로는 제조업이 전년대비 9.6%나 증가할 것으로 나타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고 비제조업은 8.1% 감소할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기업규모별 설비투자 계획은 최근 자금시장 경색 완화에 힘입어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은 중견기업의 투자(20.6%)가 대기업(8.6%)보다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소 중견기업의 투자비중이 늘어난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특히 IT산업을 중심으로 한 투자계획은 47.3%나 증가할 것으로 나타나 전년도와 유사하게 IT와 非IT간 투자양극화 현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투자재원 조달구조는 제조업이 총 설비투자금액 중 73.7%를 내부자금에 의해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나 전년대비 0.9%P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전의 20%~30%에 비하면 매우 안정된 자금조달 구조로 분석됐다.
산업별로는 반도체, 통신기기 등 IT 산업의 투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비금속 광물, 조선 및 음식료 등 일부 업종은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형 중심의 사업확장 보다는 내실 경영에 치중하는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경쟁적 신증설 및 과도한 외부조달을 지양하고, 합리화와 연구개발 투자, 내부 조달비중을 제고하고 있는 투자경향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