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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돌특집-외국계 은행이 몰려 들어온다

송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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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01-02-28 23:59

IMF 이후 국내은행 不實 틈타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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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 HSBC 선두주자...‘미국은행’ 제일銀 도전장

철저한 상업논리 앞세워 국내은행에 자극제 역할

IMF 이후 외국 은행들이 국내 시장에서 영업을 강화한지 3년이 지났다. 국내 은행들이 부실을 털어내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사이 외국 은행들은 한국 지점을 통하거나 국내 은행들의 지분을 인수해 국내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처음 외국 은행이나 외국 자본이 물밀듯이 한국 시장을 노크할 때만 해도 국내 시장 잠식이나 국부유출 등의 경계심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나 이제 그와 같은 우려를 하고 있는 뱅커는 거의 없을 만큼 외국 은행들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국내 은행들은 이제 당당하게 외국계 은행들과 경쟁해서 승리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IMF 이전부터 국내에 이미 진출, 영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씨티, HSBC 등 외국 은행들은 지점을 대폭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규로 국내 진입을 노리며 지점 및 사무소 설립 신청을 낸 외국은행들도 지난해에만 1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IMF위기 이후 수십조원에 달하는 부실여신 때문에 퇴출되거나 합병당하고 휘청대는 사이에 외국은행들이 시장을 조금씩 조금씩 장악해 나가고 있다. HSBC의 경우 지난해 은행 구조조정과 예금자 보호법등의 시행을 앞두고 불안에 떠는 거액 자금들을 대거 유치, 99년보다 3.5배나 많은 수신고를 올리기도 했다.

최근들어 신규 지점 설립을 신청하는 외국은행들도 늘어 미국의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 캐나다의 도미니언뱅크와 이란의 맬라트은행, 오스트리아 DG 은행 등이 있다. 대부분 규모나 내부 시스템면에서 국내 은행 보다 우위에 있는 은행들로 국내 은행들의 시장 점유율과 수익력을 약화시킬 소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쭦 씨티뱅크 HSBC등 토착화

국내에 들어온지 만 30년이 넘어 토착화에 이미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씨티은행의 경우 한국생산성 본부가 주관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99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 국내 은행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씨티은행은 12개에 불과한 적은 지점망 등을 이유로 일부 부유층 고객만을 상대해 왔으나 최근 공략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 여러 가지 대출 및 카드 관련 상품, 각종 서비스를 동원함으로써 국내 은행들의 막강한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600여명의 정규 직원과 12개의 지점만으로 99년 13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내 대규모 부실 채권으로 적자에 허덕이던 국내 은행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꺼번에 받기도 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의 맏형격인 씨티은행과 HSBC가 고객에게 제시하는 서비스는 다양하며 고객 차별화가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 하더라도 고객 전반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의도한 만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현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씨티은행이나 HSBC 등의 외국은행들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목표 고객에게 제시, 영업 효과를 100% 내고 있다.

쭦 소매금융 시장 놓고 격돌

성공하고 있는 외국은행들이 대부분 소매금융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씨티나 HSBC 등을 제외하고 대기업 위주로 영업을 해온 몇몇 외국은행 지점들이 영업에 성공을 거두지 못해 지난해 철수, 외국은행이나 국내 은행이 소매금융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 파리바은행과 캐나다 로열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철수했고 지난해 10월말에는 내셔널 캐나다은행도 본국으로 돌아갔다. 대기업 위주로 영업을 해온 이들 외국은행들은 수익 기반이 한계에 봉착한데다 신규거래선 개척능력이 떨어진 것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대기업들이 부채비율에 묶여 대출수요가 적어졌고 동일인 신용공여한도가 자기자본의 45%에서 20~25%로 줄어들어 기존 여신을 회수해야 하는 점 등이 실패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씨티나 HSBC와 같이 국내 시장 정착에 성공한 외국은행들은 적극적으로 소매금융 시장을 공략, 수익을 충분히 내고 있어 대조적이다. HSBC의 경우 2년여 전만해도 기업여신을 주력하다 IMF로 기업들이 휘청거리자 소매금융으로 본격 전환, 토착화에 성공한 케이스다. HSBC는 지난해말 서초지점과 올해초 분당점을 연이어 개점, 부유층 거주 지역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외국은행들의 약진과 국내 은행들의 상대적인 수세에 힘입어 지난해 외국은행들의 수신고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외국은행들의 지점망이나 규모가 절대적인 면에서는 작지만 지난해 수신고 증가율은 국내 은행 평균의 2배가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수신고 증가율은 22.8% 였으나 외국은행들은 53.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쭦 外銀 계좌평균 잔액 3배

이같은 비율에 가속도가 붙으면 외국은행들이 국내은행들로부터 고객 예금을 대거 빼앗아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직도 전체 예금은행 수신중 외은 지점의 비중은 1.2%로 미미하지만 외국은행에 주로 뭉칫돈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 안돼 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외은지점 정기예금의 계좌당 평균 잔액은 9400만원으로 국내은행 2800만원의 3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럽 등을 본사로 한 외국은행뿐만 아니라 제일 서울은행처럼 매각되거나 매각될 운명에 처한 은행들의 행보도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제일은행은 지난해 1월 뉴브리지 캐피탈의 경영권 인수를 계기로 호리에 행장이 취임한 이후 1년여간 시스템 개혁과 부실 제거 작업을 진행하더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가계와 중소기업 여신등 소매금융에 주력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외국계 은행과 다를 바 없다.

제일은행은 이와 관련 지난 1월부터 월평균 기준 금액 이하의 계좌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고객차별화 전략에 적극 나섰다. 은행도 수익성이 경영상의 1순위 목표인 기업일 수 밖에 없다는 명제를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몇몇 국내 은행들도 IMF 이후 계속해서 이 같은 주장을 펴왔지만 감독당국의 견제와 고객 의식 미성숙등을 이유로 시행을 하지 못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서울은행은 아직 매각되지 않았지만 외국은행에서 계속 근무한 강정원행장등 외국 경영진들이 서울은행의 체질을 전면적으로 바꿔놓았다. 인사 조직과 영업망 등을 서구식으로 완전히 개편, 외국 금융기관에 넘어갈 경우 국내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뿐 아니라 다른 외국 금융기관들의 국내 진출도 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국내 금융기관이 다루지 못하는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외국 금융기관들의 국내 시장 노크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례로 M&A, 사무수탁 분야, 재무설계등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에 외국 금융기관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할 전망이다.

쭦 자금시장 교란등 부작용도

외국은행들이 국내시장에서 활동을 강화하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지만 콜 및 국공채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매매로 자금시장을 교란한다는 부작용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은 최근 금융시장에서 넘치는 단기 콜자금을 대거 차입, 국공채 투자에 열을 올리거나 달러를 사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외국은행들이 국내 예금 대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안팎에 불과하나 콜시장에서의 콜차입 비중은 무려 40%를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리변동과 달러값 변동에 민감하게 움직이며 거래 차익을 노리고 있는 외국 은행들은 이같은 과감한 거래로 국내 금융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전체 시중 유동성과 관계없이 외은 지점의 자금 조달 및 운용행태가 곧 바로 콜시장과 국공채 시장의 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쭦 공정 규제가 공정 경쟁 유도

외국 은행들의 약진이 더욱더 거세질 전망인 가운데 국내 은행과 외국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은행은 외국 은행보다 지점 설치 등 규모를 확장하는 규제는 적다고 할 수 있으나 정책금융, 즉 중소기업자금 지원, 기술금융 지원, 수출입금융 지원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규제가 가해짐에 따라 외국 은행보다 대출 관련 제약이 많다는 주장이다.

반면 외국 은행들은 국내 은행들에 비해 규제상 우위를 누리고 있다. 일례로 외국은행들은 비공식적으로 국내 은행들에게 부과되는 여신의무 비율, 유동성 규제 등으로부터 면제되며 신탁계정을 제외하고는 통화안정증권 매입 의무도 없다.

게다가 외국은행들의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은 25%로 낮은 수준(시중은행은 45%)이며, 외화자금 조달을 위해 한국은행과 환위험이 없는 달러-원 스왑 이용이 가능한 것도 특혜라면 특혜라 할 수 있다. 만기가 2년 이상인 신탁계정 및 CD 금리에 대한 재경부의 창구지도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국내은행들보다 외국 은행들이 누리는 호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외국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한 규제를 받는 국내 은행들은 전반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금융산업 개편과 광범위한 경쟁 촉진 효과를 낼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겸업 금융상품과 자산운용의 실질적인 자율화 보장)에 대한 혁신적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향후 금융개혁 및 자율화를 추진함에 있어 민간 은행 및 금융기관들이 각종 금융 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을 통한 고질적인 정책금융 운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게 국내은행들의 주장이다.

이밖에도 은행의 내부경영과 관련된 각종 제도 및 금리, 신상품 개발, 수수료 산정 등에 관한 결정을 개별 은행의 경영여건에 맞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제일은행이 일정 금액 미만의 계좌에 대해 수수료 부과를 시행한 것처럼 고객을 당당하게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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