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해 수익 내봐야 뭐하나” 2000년 가결산 결과 드러난 1조4000억원의 적자 대부분이 일반 영업 부분이 아닌 정부 정책에 의한 부실기업 여신 지원 및 공기업 민영화 등에 따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산업은행 임직원들의 자괴감이 심화되고 있다.
산은은 이같은 정책성 금융이 아니었다면 지난해 적어도 적자는 면했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하소연할 데도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다.
산은이 지난해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은 부분은 역시 ‘대우’ 관련 여신들이다. 대우의 악령이 아직도 산은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산은은 지난해 대우차에서만 6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이 지난해말 보유한 대우차 여신만 1조5000억원. 99년말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이다. 대우차 정상화와 해외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지적이지만 산은이 입은 피해는 크다. 이밖에 대우중공업 대우전자등 나머지 대우계열사에서 입은 손실도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산은에 치명타를 날린 또 다른 부분은 한국중공업 민영화. 정부가 지난해말까지 공기업 민영화를 밀어부치면서 산은은 보유한 한중 주식을 일반인 대상으로 공모하고 두산에 지배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33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손 일부분을 올해로 이연시키면서 줄어든 것이 이 정도이다.
대표적인 부실 금융기관인 한투에 지난해 초 1조3000억원을 출자하면서 산은이 입은 손실도 1000억원에 달한다. 산은은 지난해 12월말 한투 출자분 1조3000억원에 대해 원금조로 예보채를 대신 지급받았지만 투자자금 조달 비용 1000억원에 대한 손실은 피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밖에 산은은 지난해 주식시장이 무너지면서 구조조정기금에 출연한 7000억원중 일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정책 금융 지원에 의한 대규모 손실에 대해 산은은 어쩔 수 있느냐며 자위하고 있지만 영업을 근본으로 하는 금융기관으로서의 생기는 점점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정책금융에 따라 울고 웃고한 일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수익성이 더욱 중시되는 IMF 이후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