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법인과 행명을 놓고 막판까지 대립하던 국민 주택은행은 신설 은행을 설립해 두 은행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합병추진위원회 결정에 따라 두 은행이 합의할 경우 이를 변경할 수 있다”라는 조건을 달아 이 방식은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합병 관련 질의응답 자료 및 김상훈 행장의 인터뷰에서 드러났지만 존속법인을 국민은행으로 합의했다가 주택은행 직원들의 강한 반발을 고려, 막판에 내용을 바꾸기도 했다.
■ 제3의 은행 법인 신설
국민 주택은행은 합병의 시너지가 크고 초우량 대형은행 탄생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면서도 존속법인 및 행명을 놓고 대립하는 모양새를 계속 보여서는 곤란하다는 안팎의 지적에 따라 제3의 은행을 만들어 두 은행을 흡수하는 형식을 밟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신설은행의 모양은 나오지도 않았으며 문제도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현행법상으로 보면 은행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최소자본금 요건 1000억원 이상 등을 충족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은행이 은행을 만들 수가 있느냐도 문제다. 은행이 출자해 신설 은행을 만든다는 것은 자회사 방식일 텐데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양쪽 두 은행의 대주주가 별도로 출자해 은행을 신설해야 하는 데 동일인 지분한도 4%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양쪽 외국인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와 ING가 출자하면 이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신설은행의 최대 주주를 누구로 할 것이며 행명, 은행대표 등을 모두 합의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어느 은행이 주도권을 잡느냐는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외국인들이 두 은행의 경영에는 직접 간여하지 않았지만 합병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사사건건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신설은행을 만들어 두 은행을 흡수합병한다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합병조건, 행장 등 세부적인 내용을 놓고 두 은행의 주도권 싸움은 두 은행이 직접 합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할 전망이다. 두 은행의 또 하나의 대주주이자 금융당국인 정부가 이를 중재하고 컨트롤하겠지만 그 결과에 대해 두 은행이 모두 만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1만명은 내보내야 채산성
인력감축 문제도 만만치 않다. 두 은행이 배포한 ‘세계속의 한국을 대표하는 초우량은행 탄생’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합병은행은 1인당 총자산을 10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두 은행의 총인원은 현재 계약직 포함 2만6000명이고 자산은 160조원 정도다. 1인당 총자산 100억원을 이루려면 2만6000여명의 직원을 1만6000여명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1만명을 해고해야 한다. 정규직만 따진다면 정규직 2만명중 4000명이 퇴직해야 한다. 물론 강제적인 인력 감축이 없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당장 이렇게 까지 인력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은행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 시피해 총자산을 100조원을 늘린 260조원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도 시장 여건상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적이다.
■ 한미등과 추가 합병도 추진
정부당국이 목표하는 세계 50위의 은행은 총자산이 200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합병 은행이 시장을 석권, 향후 이 정도까지의 자산 규모를 가지게 되도 1인당 자산 규모 100억원을 달성하려면 직원을 2만명 정도(계약직 포함)로 줄여야 한다. 이렇게 계산해도 6000명의 직원은 정리된다고 생각하면 맞다. 이것이 아니라면 합병 은행의 비전을 너무나 이상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직원을 이 정도까지 내보낼 계획이 아니라면 합병 이후 덩치가 큰 다른 은행을 P&A방식으로 인수, 고용을 승계하지 않는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주택은행 일각에서 여전히 한미나 하나은행 등과의 추가 합병도 언제든지 문은 열려있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한국 경제가 부활에 성공해 원달러 환율이 IMF이전처럼 800원까지 하락한다면 숫자놀음에 의해 달러로 환산한 자산규모가 세계 50위인 초대형 은행이 쉽게 탄생할 수 있지만 여전히 합병 은행의 1인당 자산 ‘100억원 이상’ 비전은 인력을 대량으로 내보내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 직원 설득겙嚥돝?신뢰회복
합병은행의 비전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직원들이 따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도사리고 있다. 국민 주택 두 은행 내부에서는 직원들도 설득못하는 정부와 경영진이 어떤 다른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팽배해 있다.
국민 주택은행이 합병을 선언한 만큼 이제부터 공개적으로 합병논의를 진행시켜 나가겠지만 직원들의 경영진에 대한 불신과 반목을 어떻게 수습하는가가 합병 은행 성공의 주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송훈정 기자 hjso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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