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9년 이웃의 한 부인이 세상을 뜨자 막막해하던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김장김치를 나눠주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12년째 김장봉사를 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강경화 설계사(47). 그녀의 집은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김치공장으로 변해버렸다. 서울 영등포구, 금천구, 구로구의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 150여명에게 김장김치를 나눠주기 위해 20일부터 일주일 동안을 아예 김장주간으로 정해버린 것이다. 올해는 3500포기 정도 담글 계획이다.
요즘 강씨의 마음은 다른 어느해보다 따뜻하다. 12년째 김장을 담그다보니 주위에 선행이 알려져 동네사람들도 도와주고,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남편과 동료의 부인까지 도와주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강씨가 소속돼 있는 삼성생명에서도 자체 봉사기금인 ‘하트펀드’에서 김장비용 일부를 지원해주었고 동료 설계사들과 회사의 임직원들도 손을 거들어줘 한결 마음이 가볍단다.
김장을 한번 담글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은 어림잡아 1500만원 정도.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강씨는 월수입 150만원 정도에서 매달 40만원씩 따로 모으고 있으며, 환경미화원인 남편도 매달 40만원씩을 김장준비를 위한 비용으로 저축하고 있다.
2년전 아예 충남 홍성의 배추밭을 통째 계약해버린 강경화씨.“몸이 아프지만 않는다면 계속할 것”이라는 그녀의 ‘사랑의 김장’ 봉사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김성희 기자 shfre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