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공동백업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선결해야 할 것은 백업센터를 독자적으로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백업 아웃소싱업체들의 공동백업서비스를 추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공동백업센터나 공동백업서비스 모두 선결해야 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증권사들이 공동백업센터 구축을 계획한다면 우선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공동백업센터는 공동백업서비스와는 다르게 기초적인 인프라를 증권사들이 직접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증권사들은 백업센터 구축을 위한 땅이나 건물 등을 임대 또는 사들인 다음 리얼사이트 백업에 필요한 전산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백업에 필요한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이같이 기초적인 백업 인프라를 마련하는데도 최소 수백억원이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초 백업 인프라를 갖춘 후, 운영 관리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당초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모인 증권사들의 공동의식은 무의미하게 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IDC센터나 건물임대를 생각해 봤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아직까지 이렇다할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백업서비스 추진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현재 증권사들은 증권전산이나 한국IBM 등의 백업 아웃소싱 업체들을 상대로 의사를 타진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준비가 부족해 쉽게 공동백업서비스를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현재 증권사들의 주전산기가 모두 다르고 호환이 안된다는 데 있다. 보통 IBM 유닉스 텐덤으로 구분되는 증권사들의 주전산기 중 기술적으로 나눠서 사용할 수 있는 기종은 그리 많지 않다. IBM과 텐덤의 경우 엘파라는 기술을 이용해 증권사들이 나눠서 사용할 수 있지만 상호이용에 따른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또한 기술적으로 분배이용이 불가능한 유닉스를 주전산기로 이용하고 있는 삼성 동원 신영 교보증권 등은 개별적으로 전산기기를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유닉스를 이용하는 증권사의 경우 공동백업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하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중, 대형증권사들이 주전산기에 나눠쓸수 있는 대용량의 전산기기를 구하기도 힘들지만 상호이용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독자적인 전산기기 구입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실제로 공동백업서비스를 추진해도 몇몇 증권사가 동시에 전산사고가 난다면 리얼사이트 백업이 가능할 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동원증권의 전산사고와 같은 인재나 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증권사들의 공동백업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고객자산관리에 대한 책임을 생각해서라도 세밀한 검토 후 공동백업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임상연 기자 sylim@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