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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한미-하나銀 합병 ‘同床異夢’

박준식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00-10-09 06:26

주도권 다툼이 가장 큰 걸림돌

우량은행간 합병의 모델 케이스로 지목, 정부당국이 주택-한미-하나은행의 합병을 유도하기 위해 연일 언론을 통해 우회적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는 이른바 국제적인 경쟁력을 내세워 이들 3개 은행의 합병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현실은 은행간 주도권 다툼 등 이해 관계가 복잡해 낙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은행은 뉴욕 증시상장을 배경으로 한미-하나은행의 흡수합병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미은행과 하나은행은 주택은행과의 합병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더욱이 한미 하나은행간 합병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합병에 따른 피해자인 동시에 수혜자도 될 수 있는 은행원들은 자신들의 의지나 바람과는 관계없이 진행되는 합병론에 지칠대로 지친 분위기다.

또 시장원리와 효율성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는 주택-한미-하나은행 합병은 상호 반목의 골만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쭦주택은행 - “흡수합병 최선”

주택은행은 뉴욕증시 상장이 성공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합병후 주가 폭락등 주주가치를 훼손시키는 일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뉴욕증시 상장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합병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택은행이 원하는 합병 조합은 한미-하나 은행과의 3자 합병이다. 한미나 하나중 하나만 결합했을 때 자산규모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주택은행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합병 방식은 전광석화같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흡수합병이다. 합병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연구팀을 미국에 보내 합병 전략을 연구하기도 했다.

다만 한미 하나은행에서 합병을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주택은행으로서는 가장 큰 부담으로 신방은 꾸며놨는데 신부가 없는 형국이다.

주택은행은 합병을 위해 조직, 직급제를 전면 개편했다. 기존의 행원 계장 대리 차장 부장 라인을 다 없애고 팀원과 팀장으로만 나눠 어떤 은행 직원이 들어오더라도 직급 임금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사전에 해결했다는 분석이다.

쭦한미은행 - “자본확충후에”

금융계에서는 한미은행이 우량은행간 합병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은행 내부적으로는 갈등과 고민이 많다. 자본확충이 끝나지 않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우량 은행중 누구하고 합병하더라도 주도권을 잡기가 어렵고 따라서 불가피하게 합병을 하게 되더라도 가능한 시간을 벌어 보겠다는 것이 현재의 전략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미은행은 다른 어느 은행보다 합병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과 불만이 많다. 이를 반영, 합병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최고 경영자가 쥐고 있다는 데 대해서도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합병은 은행장을 포함한 일부 제한된 경영진에 의해 일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상례인데도 한미은행 직원들은 합병에 있어서 지난 5월 하나은행과의 업무제휴 때처럼 철저하게 배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한미은행 노조는 더 이상 직원들의 동요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사내 메일등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미은행은 하나은행과 업무제휴를 체결한 뒤 지나치게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되고 있지만 달리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은 합병을 구체화하자는 요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대주주가 누구인지 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합병을 공론화할 수 없다는 것이 한미은행의 입장이다. 한미은행은 늦어도 11월 중에는 JP-칼라일로부터의 5000억원의 외자 유치가 이뤄질 것이며 이후 합병논의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JP-칼라일이 DR 발행을 위한 실사작업에 200억원, 계약금 형식으로 매입한 우선주 440억원 등 최소 6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반드시 외자는 유치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무엇보다 외자유치를 통해 어느 정도 자본 규모를 확장해 놓아야 어느 은행과 합병하든 불리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있다는 판단이다.



쭦하나은행 - “최선책 아니다”

하나은행은 한미은행이 DR발행을 이유로 합병에 미온적으로 나오자 독자생존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등 불쾌해 하는 분위기다. 또 실제로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인 알리안츠가 은행의 최대주주로 버티고 있기 때문에 합병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혼자 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1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알리안츠가 국내 증시만 회복된다면 얼마든지 증자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하나은행 입장에서도 알리안츠의 추가 증자를 환영하고 있다.

알리안츠가 국내 시장에 참여하면서 최소 50년 이상의 장기계획을 수립했고 이른바 ‘10년 투자 40년 회수’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바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연말까지는 투신운용사를 설립하고 알리안츠가 방카슈랑스법이 제정되면 생보업에 본격 진출하고 국내 손보사 인수도 추진함에 따라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금융그룹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된다면 굳이 신한은행처럼 지주회사를 설립하지 않아도 독자생존이 얼마든지 가능성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이같은 하나은행의 독자생존론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합병에 미온적인 한미은행에 대한 불만의 토로이며 전술적 발언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계에서는 하나은행의 전략은 초지일관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한미은행과 합병을 한 후 덩치를 키운 후 외형은 크지만 맨파워등 소프트웨어가 취약한 주택은행까지 먹겠다는 것이 하나은행의 본심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같은 하나은행의 전략은 한미은행이 배제된 주택은행과의 합병은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의 합병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나은행에는 주택은행과 합병이 구체화된다면 당장 은행을 그만두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나은행 직원들은 최근까지도 다른 금융기관과 벤처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의 경우 주택은행과 합병한다면 ‘문화적 갈등’이 극에 달해 대규모 직원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준식 기자 impark@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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