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1~2급들의 적체 문제는 가계지점의 역할 축소와 관계가 있다. 하나은행은 장기적으로 투자사업부와 기업사업부를 중심으로 영업을 한다는 계획 아래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계지점들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숫자를 줄이고 점포 규모도 축소할 계획이다. 실제로 가계지점의 경우 영업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대출보다는 수신을 위주로 한 제한적인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1급과 2급 지점장이 중심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3급 지점장 발령이 증가하고 있어 가계지점 180곳중 50%가 넘는 100곳에서 3급 지점장들이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도 하나은행은 가계지점에 대해서는 3급 지점장의 비중을 계속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가계지점의 기존 1급과 2급 지점장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고 은행측과 노조는 이들에 대한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편 4급 대리의 경우 8호봉을 넘긴 3급 승진 대상자 처리문제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올해 96명을 대리로 승진시켰지만 50명 이상이 대리승진을 기다리는 등 대리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고참 대리들을 무작정 3급 과장으로 승진시킬 수 없고 그렇다고 마땅한 정리방안도 없어 고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문제가 되고 있는 1~2급 가계지점장들과 고참 대리들에 대해 명예퇴직을 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명예퇴직 신청을 받을 경우 적체를 보이고 있는 층은 나가지 않고 은행이 필요로 인력만 명퇴금을 챙기고 대거 이탈 가능성이 높아 결정을 못하고 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시한 직원 설문 조사 결과 상당수 직원들이 명예퇴직을 고려하고 있고 실제로 이들중 상당수는 다른 직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명예퇴직을 실시한다면 퇴직대상을 선별할 수 없어 정작 은행에서 필요로 하는 직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직급 정년제를 도입해 일정 호봉을 넘긴 직원들을 인위적으로 정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은행 일부에서는 호봉승진을 우선 실시해 적은 차이지만 급여의 차등화를 시도해 보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중론이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 내부에서는 적체를 보이고 있는 4급 고참 대리들과 1~2급 가계 지점장들에 대한 정리는 한미은행과 합병이 단행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준식 기자 impark@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