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코스닥에 등록된 인터넷 기업들과 제휴하는 은행들의 불만이 많았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인터넷 벤처기업들을 지원하는 등 전반적으로 인터넷 기업을 띄우는 사회 분위기 탓에 제휴 협상 과정에서 이들이 은행들을 ‘눈아래로’ 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위기설이 나돌고 코스닥 지수가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인터넷 기업들의 몸값이 떨어지자 이런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기업들이 은행과의 제휴를 위해 발로 뛰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기업들의 수익모델이 취약해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보려는 업체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과 제휴를 원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은행 전자금융 부서 실무자들은 폭주하는 업무처리에 시달리고 있다. 조흥은행의 경우 e-금융부 직원 한사람이 제휴를 위해 하루에 접촉하는 인터넷 기업수가 보통 4~5개이고 전체적으로 협의중인 제휴 의뢰건만 40~50건이 넘는다.
은행 실무자들 입장에서 보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사업 모델도 많지만 그냥 덮어두기도 어렵다.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지나쳤다가는 경영진의 문책이 뒤따르거나 흙속의 진주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모 은행 전자금융부에서는 인터넷 업체의 사업 모델을 검토한 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묻어뒀다가 그 업체에서 행장실로 직접 전화를 걸어 따지는 바람에 부서장부터 실무자까지 줄줄이 곤혹을 치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금융포털이나 인터넷 은행을 설립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인터넷 사이트사들과의 제휴를 통한 고객확보에 주력하면서 이와 관련한 업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인터넷 업체들도 은행권과 제휴하면 뭔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은행측에서 보면 황당한 사업 모델이 더 많다”고 밝혔다.
김미선 기자 una@kftimes.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