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영업규모 확대와 2차 구조조정에 대비, 올초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던 일부 은행들의 외자유치가 국내 주가 하락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독일 알리안츠와의 합작에도 불구, 주가가 급격히 떨어진 하나은행은 당초 지난 13일을 전후해 로드쇼에 착수할 예정이었다가 주총이 20일로 확정되면서 오는 27일부터 로드쇼를 시작하기로 했으나 이를 다시 연기했다.
로드쇼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현재 이 은행 주가가 당초 예상한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 하나은행은 알리안츠와의 계약이후 국내 주가가 적어도 1만1000원~1만2000원대로 올라 DR가격이 1만4000원대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7000원대로 빠져 이 상태에서 DR을 발행할 경우 DR가격이 계획했던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 관계자는 “주가가 1만원대로 오를 때까지 DR발행을 보류할 계획”이라며 “알리안츠의 출자로 자본확충이 당장 급한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4억5000만달러 규모의 사모 DR발행을 추진중인 한미은행 역시 국내 주가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도이치 뱅크와 DR발행가를 놓고 협상중이던 올초 이 은행 주가는 8000원 수준이어서 이사회를 통해 9000원의 DR발행을 결의했지만 현재 주가는 6500원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한미은행 내부에서도 DR 발행 가격의 재조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콩계 투자회사와 1억달러 규모 외자유치를 협상중이라고 밝힌 대구은행도 국내 주가로 곤란을 겪기는 마찬가지. 최근 대구은행의 주가는 2200원선. 제3자 배정을 통해 액면가로 주식을 발행하기에는 벅찬 가격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정책적인 변수가 많은 은행주가가 총선전 회복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따라서 은행들의 외자유치는 총선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구도가 잡히면서 가능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