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손보업계가 수원지법을 통해 낸 헌법소원에 대해 지난 연말 헌법재판소가 ‘음주운전 사고 등 피보험자의 중과실에 따른 사고의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상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의 약관을 개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기존 사고자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계약자의 경우 관련 위험이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상해주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헌재의 결정에 따른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만약 소급 적용을 거부하고 앞으로 일어날 사고에 대해서만 개정된 약관을 적용할 경우 계약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보험회사의 이미지 실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소송을 제기한 건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소급 적용해 줄 경우 한 두건이 아니므로 지급되는 보험금 규모가 클 것으로 판단되는데다 관련 위험이 보험료에 반영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개정된 약관을 적용하는 상품의 보험료에 반영해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여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 대형사는 내부적으로 자동차보험의 경우 향후 발생할 사고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과거 건은 지급하지 않기로 했으며, 장기보험은 소급 적용하되 약관 개정 이후 판매되는 상품의 보험료에 이를 반영하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업계는 헌재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음주운전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된 상품을 판매했는데 그게 왜 상법에 위배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헌재의 이번 결정은 운전자들로 하여금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써 위법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위험한 결정이다”고 주장했다.
김성희 기자 shfre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