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단행될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면 및 복권 대상자에 신용불량자,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 IMF형 경제사범과 함께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벌점을 받았거나 면허가 취소된 운전자도 포함될 방침이어서 올 5월부터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자료 축적에 들어갔던 손보업계가 허탈해 하고 있는 것이다.
손보업계는 음주운전이나 과속, 중앙선 침범, 신호위반 등 중대 교통법규 위반자에게는 보험료를 할증하는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보험료 차등화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 올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법규위반 실적을 축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교통사고율이 2배 이상 높아 교통법규 위반경력에 따른 자동차보험료를 차등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5월부터 1년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9월1일 계약분부터 법규 위반시에는 보험료를 할증하고 위반사실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에는 할인해 주기로 했다.
따라서 지난 5월부터 자보 가입자의 교통법규 위반 여부를 축적해오고 있던 손보업계로서는 밀레니엄 특별사면 대상에 이들이 포함되면 지금까지의 기록을 삭제해야 하기 때문에 크게 난감해 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보험료 차등화 제도는 선의의 계약자를 보호하고 교통사고율을 줄일 수 있는 제도로서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가 사면대상에 이들을 포함시키면 내년 9월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가 어떻게 실효를 거둘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난번 8·15 특사 때에도 이들이 포함돼 자료가 한번 삭제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교통법규 위반자에게 관용을 베푼다면 교통법규를 지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통법규 범칙금을 대폭 올리고 단속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고무줄식 행정으로는 교통사고율을 줄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교통사고율을 줄이는데 앞장서야 할 정부가 오히려 법규 위반을 가볍게 인식하도록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같이 사면대상에 올랐던 신용불량자의 경우 은행 등의 반발에 부딪혀 그 대상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손보업계는 드러내 놓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전 국민이 자동차보험료에 민감한 관계로 공식적으로 재고를 건의할 경우 계약자들의 집단 반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교통법규 위반자의 보험료 차등화 제도가 원래의 취지에 맞게 실시되기 위해서는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기자 shfre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