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경영은 박 전사장과 공동대표를 이뤘던 정건섭 부사장이 맡았다. 내년 5월 정기주총까지는 정건섭 부사장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 박 전사장과 공동대표였던 정부사장이 바톤을 이어받고 내년 주총에서 후임을 결정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정기주총까지는 7개월가량이나 남아있는데다 동양화재가 한진그룹에서 계열분리 됐기 때문에 그 전에 임시주총을 열어 사장을 선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데 동양의 딜레마가 있다. 워낙 박 전사장의 카리스마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95년 박 전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 동양화재는 극심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94년 적자규모가 무려 7백45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고 박 전사장 영입에 힘을 쏟았던 것도 동양화재 살리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동양은 박 전사장 영입에 힘을 받아 95회계연도에 흑자경영으로 돌아섰고 4년 연속 대형흑자를 이뤄냈다. FY99 상반기에도 1백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재무건전성을 볼 수 있는 지급여력비율도 1백85.3%로 안정적이다.
그 결과 98년 고객만족경영대상 최우수상을 받고 국가고객만족지수(NCSI) 1위 손보사로 선정되는 등 손보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이처럼 동양이 내실 있는 회사로 성장하기까지 박 전사장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이에 걸맞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더 시급한 문제는 조직 추스리기다. 박 전사장이 협회 총회 이틀 전까지도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안심할 것을 당부했을 만큼 임직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박 전사장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협회장직을 수락함에 따라 임직원들과 판매조직들이 느끼고 있을 허탈감을 달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 관계자는 “임직원과 모집조직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모두들 지금이 중요한 시점임을 느끼고 있는 만큼 자신의 자리를 굳게 지켜줄 것을 믿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희 기자 shfre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