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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VAN사 차별화 전략 승부 걸었다

성화용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1999-10-06 10:05

‘작은은행’ 한계…‘우량’하지만 ‘영향력’은 취약

시중은행들을 ‘부실’ ‘우량’의 극단적인 2분법으로 분류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들이 흔히 ‘티어 원(Tier 1)’그룹의 은행으로 꼽는 곳은 국민, 주택, 신한, 한미, 하나은행등 5개은행이다. 이들은 퇴출 5개은행을 나누어 P&A방식으로 인수했고, 현재까지 상대적으로 우량한 재무적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행의 株價는 나머지 시중은행들과 비교할 때 2~5배까지 높다. 시장이 이들을 ‘우량은행’으로 공인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티어 원 그룹’은 2차구조조정, 또는 앞으로 다가올 은행권의 새로운 판도에 대해 낙관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의 고민과 위기감이 나머지 시중은행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쪽으로 요약된다.

우선 그룹을 세분해서 신한, 한미, 하나은행등 ‘미들 클래스’의 외형을 가진 은행과 국민, 주택등 보다 대중적이며, 외형으로도 선발시중은행과 차이가 없는 곳들을 떼어 놓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앞쪽의 중위권 규모 은행들이 가진 최대의 고민은 ‘시장 선도자’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들은 분명히 우량은행이지만,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다른 대형시중은행들에 비교할 때 여전히 차이가 있다. 그나마 신한은행이 대형은행쪽에 접근해 있을 뿐, 한미, 하나은행은 이미지상으로도, 실제로도 시장의 흐름을 스스로 리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이들이 이 점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앞으로 예상되는 은행업 재편 과정에서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합병등 새로운 이합집산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이들은 일차적인 대상으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현재 재무적 기반이 우량하다는 것만으로는 이니셔티브를 쥘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의 은행간 합병은 여전히 조직대 조직의 합병이다. 재무적 단면이 우위에 있어도 조직의 논리로는 통하지 않는다.

또 한가지는 영업환경이 점차 이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접근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규모 은행들은 올들어 과감한 가격정책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 결과로 얻은 것은 크게 표시나지 않는 중기업거래선의 확대와 심각한 자금마진율의 축소다. 한 시중은행 기획부서가 분석한 올해 1/4분기중 은행별 자금마진율(운용수익률-조달비용률)은 국민, 주택은행이 지난해와 비슷한 추세로 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최저치를 기록한 하나은행은 이들 은행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진폭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외형은 늘려야 하는데, 무턱대고 대출자산을 늘릴 수는 없다. 양질의 대출고객 확보를 위해서는 운용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역으로 대중적인 고객기반이 없으니, 조달금리가 높지 않고는 조달도 어렵다. 결국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건실한 자산으로 외형을 키우기위해 수익성과 자금마진을 희생할 수 밖에 없는 양상이 초래되고 있다.

이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대로 ‘니치 플레이어’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걱정하는 대로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지, 과연 현재상태로 또 한차례의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것인지, 누구도 확실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은행에 비해 수수료 수입을 확실하게 올릴 수 있는 전문분야가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아예 성격이 다른 투자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요는 이들이 다른 대형시중은행에 비해 확실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영요소들이 대개 ‘관념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다른 곳에 비해 양질의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조직이 젊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눈앞에 닥친 2차 구조조정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장기신용은행은 국민은행과의 합병을 결정하면서 ‘트로이의 목마’論을 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것을 수긍하지 않는다. 그들은 ‘목마’밖으로 나와보지도 못했다. 합병이후 장은 조직, 장은 문화는 ‘소멸’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뿐 아니라 국내의 어떤 민간기업 조직에 비해서도 월등히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 조직인데도, 결국은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중위권 규모 우량은행 조직내의 엘리트들은 이미 상당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선발 대형은행들에 대한 비교우위는 점점 빛을 잃고, 그들은 우리에 대한 약점을 점차 보완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형 시중은행 종기부장들이 모이면 가장 걱정스러워 하는 대상이 ‘하나’와 ‘한미’라고 한다. 한미은행은 여기에 대주주관계가 얽힌 한계까지 한꺼번에 안고 있다.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대규모 증자가 불가피한데, 대주주중 하나인 대우그룹은 물론이고 ‘BOA’마저도 내부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증자를 부담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성의 지분율만 높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성화용 기자 yong@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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