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열린 금융감독원 주최의 `생명보험회사 기업공개 추진방안` 세미나 내용이 금감원의 용역으로 추진된 금융연구원 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이날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이헌재 위원장은 "공개에 따른 불이익이나 불편이 많기 때문에 삼성이나 교보생명이 곧바로 상장을 추진할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에 덧붙여 "생보사가 상장되는 경우 계약자와의 이익배분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서는 증자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 경우 주가가 하락하고 대주주의 지분율이 떨어지는데다 경영투명성에 대한 외부감시가 강화되기 때문에 이를 무릅쓰고 생보사들이 상장을 서두를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생보사 주주가 상장에 따른 이득을 현실적으로 향유하기 힘들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거두절미하고, 별 이득이 없을 테니 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얘기다. 삼성차 부채처리를 위해 생보사 상장문제가 다시 불거진 뒤 감독당국이 최초의 공식발언을 통해 초강수를 둔 셈이다.
이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으로 업계에서는 생보사 기업공개의 틀과 방안은 만들어놓되, 여론의 부담을 감안해 실질적으로 억제하는 쪽으로 정치적 판단이 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이를 뒤받침하듯 당초 예상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의 생보사 기업공개방안은 금융연구원의 안보다 더욱 강화된 측면이 여기저기서 확인된다.
우선 금감원은 납입자본금은 주주 지분, 자본잉여금은 계약자 지분으로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90년 이전에 발생한 이익잉여금을 전액 주주몫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를 경우 삼성과 교보는 각각 9백36억원, 6백86억원의 납입자본금을 주주지분으로 하며, 계약자 지분은 삼성 9백39억원, 교보 6백80억원이다. 90년 이전에 전액 주주 몫으로 넘어 간 이익잉여금은 삼성 8백13억원, 교보 1천2백16억원 등이다.
이는 금융연구원이 제시한 방안보다 계약자 몫을 더 인정하자는 것이다. 한발 나아가 금감원은 삼성과 교보가 지난 40년에 걸쳐 계약자들의 보험료에 의해 수십조원의 자산이 형성되고 거대한 판매조직이 육성·운영된 반면, 주주의 실제 자본금 출자는 매우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특히 양사의 납입자본금 대부분은 재평가에 의한 자본전입금으로 실제 주주가 납입한 자본금은 삼성생명 40억원, 교보생명 5억원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금감원은 자산재평가 부분에 대한 분배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했다. 소급적용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90년을 기준으로 과거 기준 70대 30과 현재 기준 85대 15중 어는 것을 적용할 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기준을 적용하면 삼성은 계약자 1조4천3백18억원, 주주 6천1백36억원으로 나누게 되지만, 현재기준을 적용하면 계약자 1조7천3백86억원, 주주 3천68억원이 돼 계약자 몫이 훨씬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 부분에서 금융연구원과는 달리 뉴욕주 보험법의 경우에도 경영대가시 주주 몫을 최하 10%는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 최소한 10% 정도는 인정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어찌됐건 간에 삼성과 교보는 금감원의 방안대로라면 주총 특별결의 승인요건인 51%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회사를 넘겨주고 상장을 하라는 얘기와 같다. 삼성 및 교보생명이 이같은 금감원의 초강수를 어떻게 받아넘길지 주목되고 있다.
김병수 기자 bskim@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