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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공들인 IBK기업은행, 베트남 산단 뚫는다 [왜 베트남인가]

지다혜 기자

dahyeji@fntimes.com

기사입력 : 2026-10-26 00:00

하노이·호찌민 지점 법인 편입
현지 중기여신 집중…맞춤 내부통제

9년 공들인 IBK기업은행, 베트남 산단 뚫는다 [왜 베트남인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지다혜 기자] 국내 은행들이 베트남을 주요 해외시장으로 선택하는 배경에는 한국 기업의 생산거점 확대와 현지 금융시장의 성장성이 맞물려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국계 기업의 진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지 기업과 개인의 금융 수요도 늘면서 국내 은행들은 현지법인 설립과 지점 운영, 지분투자 등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장민영닫기장민영기사 모아보기 행장이 이끄는 IBK기업은행은 약 9년간의 인가 절차를 거쳐 베트남 현지법인을 출범시켰다. 기존 하노이·호찌민 지점의 영업망 확대에 제약이 있었던 만큼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주요 산업단지로 금융 지원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초기에는 국내 진출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하면서 현지 우량 중소기업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 금융 공급 확대 전환점

기업은행은 지난 1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법인 'IBK베트남은행' 출범식을 개최했다. 지난 4월 베트남 중앙은행(SBV)으로부터 본인가를 받은 뒤 설립 절차를 마쳤으며, 9월 25일부터 정식 영업을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2017년 7월 처음 현지법인 설립 인가를 신청했지만 베트남 정부가 자국 은행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외국계 은행 신규 인가를 엄격하게 운영하면서 절차가 장기화했다. 지난해 5월 인가서류접수증을 발급받은 데 이어 올해 4월 본인가를 확보했다.

기업은행이 오랜 기간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한 핵심 배경은 영업망 확대 필요성이다. 베트남에서는 외국계 은행의 지점 형태 진출이 2곳으로 제한돼 기존 하노이·호찌민 지점만으로는 현지 진출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현지법인 설립으로 자체 영업망을 확충할 기반이 마련되면서 생산시설이 밀집한 산업단지까지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게 됐다.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신규 거점을 늘릴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현지 금융 공급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전환점으로 풀이된다.

이번 출범으로 베트남 내 한국계 외국은행 현지법인은 신한·우리·기업은행 등 3개로 늘어 말레이시아와 공동 1위가 됐다. 금융위원회가 기업은행의 기존 지점 편입과 산업은행 하노이지점 신설을 반영해 산정한 한국계 외국은행 지점 수는 8개로 대만에 이어 2위다.

한국 기업 1만 곳 금융 수요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주요 제조·생산거점으로 성장하며 전자·반도체와 부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왔다.

베트남에는 1만 개 이상의 한국계 기업이 진출해 있다. 베트남 외국인투자청(FIA)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한국의 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952억3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유효 투자 프로젝트는 1만425건에 달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누적 투자국이다.

베트남 통계당국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9.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산업·건설 부문은 11.21%, 제조업은 11.36% 성장하며 경제 확장을 이끌었다.

이 같은 산업구조는 기업금융에 특화된 기업은행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국 기업의 생산시설 확대는 설비투자와 운영자금, 수출입 결제·외환거래 수요로 이어진다. 부품·원자재를 공급하는 현지 협력업체까지 성장하면 이들의 자금조달 수요도 커질 수 있다.

특히 한국계 제조업체와 현지 협력업체가 연결된 산업단지는 기업은행이 국내에서 축적한 중소기업 금융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다. 국내 거래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면서 현지 업체로 금융 대상을 넓히면 한국계 기업 중심의 영업구조도 다변화할 수 있다.

점포 확대·내부통제 병행

기업은행은 현지법인 출범 이후 주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자체 점포를 확대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밀집한 지역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현지 중소기업으로도 대출 대상을 넓히겠다는 방향이다.

현지 금융기관과의 합작법인(JV) 설립이나 지분투자·인수 등 다양한 확장 방식도 중장기적으로 고려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는 자체 점포 신설에 우선순위를 두고, 구체적인 점포 규모와 일정은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 등을 고려해 확정할 예정이다.

기존 하노이·호찌민 지점도 현지법인 소속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는 대규모 인수나 지분투자에 나서기보다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해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려는 접근으로 풀이된다. 신규 점포의 입지와 고객군 선정이 영업망 확충의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업 확대에 따른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체계도 마련했다. 기업은행은 베트남 금융당국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도록 법무·자금세탁방지(AML) 등 분야별 내부통제 조직과 현지법인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 본점도 관리·점검에 참여한다. 본점 유관 부서와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현지법인의 내부통제 관련 사항을 확인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현지 출장을 통한 점검도 병행하고 있다. 현지법인의 자체 관리체계에 본점의 점검 기능을 더한 구조다.

현지 기업으로 대출 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는 국내 거래기업과 다른 신용정보와 사업환경을 평가해야 하는 만큼 여신 심사와 사후관리의 중요성도 커진다. 점포 확충과 함께 현지 기업의 거래 정보를 축적하고 심사 역량을 갖춰야 중소기업 금융 전문성을 현지 시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기금융으로 차별화

먼저 진출한 은행들이 기존 영업 기반을 활용해 현지 고객과 금융서비스를 늘리는 데 집중한다면, 기업은행은 새롭게 확보한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금융 기반을 구축하는 단계다.

신한은행은 2009년 현지법인 설립 이후 소매금융 부문 인수 등을 통해 현지화를 추진해 왔다.

현재 대출자산 중 소매금융 비중이 60%를 웃돌고, 기업대출에서도 현지 기업 비중이 과반을 차지한다. 우리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29개 영업망을 바탕으로 비대면 수신과 개인 고객 확대, 자산관리(WM)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019년 베트남 국영상업은행 BIDV의 지분 15%를 취득해 현지 영업망을 활용하고 있으며, 인프라·에너지·녹색금융 등으로 협력 분야를 넓히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하노이·호찌민 지점 중심으로 기업금융을 이어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호찌민지점 인가를 추진하는 한편, 올해 하노이지점 주재원 인력을 확충해 현지 우량기업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행의 접근은 이들과 다소 다르다. 국내에서 축적한 중소기업 금융 전문성을 베트남 시장에 적용하되 기존 한국계 기업과의 거래관계를 발판으로 현지 기업금융 기반을 다지는 방식이다. 한국계 제조기업과 현지 협력업체가 함께 자리한 산업단지는 초기 영업 기반을 현지 중소기업으로 확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은행마다 진출 시기와 사업 기반이 다른 만큼 특정 방식이 일률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은행 역시 현지 기업과의 거래 경험과 신용정보를 축적하며 중소기업 금융 전문성을 현지 자금 수요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폭이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출범 이후에는 주요 산업단지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을 지원하는 금융 파트너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며 "법인 설립 초기에는 국내 진출기업에 대해 안정적으로 금융을 지원하고, 현지 우량 중소기업에도 여신을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다혜 한국금융신문 기자 dahye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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