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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진보 정권이 ‘10년 집권’ 꿈 이루려면

권혁기 기자

khk0204@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3-03 05:00 최종수정 : 2026-03-03 08:02

문 전 대통령도 인정한 부동산 정책 실패
진보 정권에서 유독 심한 서울 집값 상승

[데스크 칼럼] 진보 정권이 ‘10년 집권’ 꿈 이루려면
[한국금융신문 권혁기 기자]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 2017년 5월 9일. 박근혜 전(前) 대통령 탄핵으로 5월에 대선이 치러졌다.

당시에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대선 결과에 대한 무게추는 한쪽으로 쏠렸다.

필자 역시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느낀 충격과 실망으로 인해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겠다고 생각했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느냐’였다. 결과적으로 득표율 41.08%(1342만3800표)를 가져간 문 전 대통령은 자유한국당(現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를 대상으로 17%포인트(557만951표) 차이라는 역대 최다 득표수 차이로 당선됐다. 득표수를 지지율이라고 본다면 국민들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필자는 정치적으로 중립에 가깝고, 투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누가 민생을 잘 챙길 수 있느냐’에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정권이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문 전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TV 시즌2’에서 “부동산이 나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며 “우리가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했다고 인정 해야죠”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21년 재임 4주년 기자회견 때 이미 “지난 4년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보궐선거에서 그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역대 정권별 부동산 시장은 어땠을까?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이전 보수 정권이던 박근혜 정부 임기(4년 2개월) 중 서울 아파트값은 10.4%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집값이 오히려 3.16% 하락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임기(2년 10개월) 중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4.9%(전국 기준 -11.3%) 떨어졌다.

반면 진보 정권 고(故) 노무현 정부에서는 56.58%가 상승했다. 이보다 앞선 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59.8%가 올랐다. 문 정부 때는 출범 후 15개월 만에 11.9%가 치솟았다. 임기 전체로 보면 서울 집값은 62.2% 급등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영향이라는 풀이도 있지만, 전국 기준으로는 15.9%(박근혜 정부 때는 9.9%)가 상승했다는 점에서 정답이라고 보기 힘들다.

대중에게 진보 진영이 집권하면 집값이 크게 뛰고, 보수 정권에서는 떨어지거나 오르더라도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인식이 생긴 배경이다.

부동산 업계에는 ‘진보 성향을 가진 유권자에게 자가(自家)가 생기면 보수 성향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자기 집이 없을 때는 진보인데, 집이 생기면 보수를 지지한다는 것인데, 왜 그럴까? 진보 정권에서 집값이 오르니 유주택자들은 진보를 더 좋아해야하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문제는 부동산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재건축아파트 안전진단기준 대폭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역 확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재건축시 60% 이상 국민주택 건설 의무화 등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4년 동안 총 25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정책들 중 큰 골자만 보자면 ▲종합부동산세 인상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제한 강화 ▲분양권 전매 금지 ▲투지과열지구·투기지구 지정 ▲토지거래허가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활 등 규제로 일관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어땠을까? 먼저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은 ▲비수도권 지방 미분양 취·등록세 세율 1% 완화 ▲LTV 규제 완화 ▲고가주택 기준 6억원→9억원으로 상향 ▲서울 강남3구 제외한 수도권 모든 지역 투기지역 해제 등 오히려 규제를 완화했다.

박 정부에서도 ▲공공분양 공급 축소 ▲9억원 이하 미분양·신규주택 구입시 양도세 한시 면제 ▲1%대 저리 공유형 모기지 지원 등 규제보다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대책들을 내놓았다.

유주택자들에게 있어 집값 억제를 위한 각종 규제는 ‘사유 재산’을 사고 파는데 제약이 생긴다. ‘세금 폭탄’도 부담이다. ‘내 집 마련’이 꿈이던 무주택자들은 치솟는 집값을 따라갈 방도가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트리거가 돼 문재인 정부 이후 ‘10년 주기 진영 교체론’은 깨지고 말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1987년 탄생한 제6공화국 체제 이후에는 보수와 진보 정당이 항상 10년씩 집권을 해온 바 있다.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순으로 보수와 진보가 번갈아가며 정권 재창출을 해왔으나 문재인 대통령 후임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10년 주기설’은 깨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주택자들에게 경고를 날리는 등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정책에 있어 ‘규제’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으로 몰리던 자금이 증시로 옮겨가면서, 이 대통령이 내건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코스피 5000’ 시대를 조기에 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규제 ‘완화’나 ‘강화’ 중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고 빠져나갈 수 있게 숨통은 틔워줄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집을 받고 싶은 무주택자들에게도 일시적으로 대출 규제를 풀어주는 등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거래 자체를 힘들게 하는 게 대부분이다.

진보 진영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이은 차기 대통령까지 배출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권혁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khk0204@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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