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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치선 연금칼럼] 정년 연장 논의가 퇴직연금에 미치는 영향

윤치선 미래에셋자산운용 지식콘텐츠팀 수석매니저

기사입력 : 2025-02-17 00:00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 가속
퇴직연금제도 정비에 속도 내야

▲ 윤치선 미래에셋자산운용 지식콘텐츠팀 수석매니저

▲ 윤치선 미래에셋자산운용 지식콘텐츠팀 수석매니저

법적 정년 연장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퇴직 시점이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법적 정년은 60세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1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늦춰지고 있고, 2033년이 되면 65세로 올라간다.

이대로면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대략 5년간의 소득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이 같은 소득 공백기를 메꾸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다시 당기던가, 정년을 연장하던가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써야 한다.

다만, 국민연금 기금 고갈 방지를 위해 국민연금을 더 빨리 지급하기는 어렵기에 자연스럽게 정년 연장이 논의되는 것이다.

실제 정년 연장이 언제 이루어질 지 아직 알 수 없다. 여야 간의 입장 차이가 있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간극도 여전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년 연장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인구 구조와 그에 따른 국민연금 기금 고갈 우려 등을 감안할 때,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 2013년에 고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하여 근로자가 원할 시 기업이 65세까지 의무 고용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고령화 문제로 고민 중인 중국도 2024년에 이미 남성 노동자의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3세로 늘리고, 여기에 더해 최장 3년을 더 일할 수 있게 하는 ‘탄력적 퇴직제도’도 도입했다.

정년 연장이 이루어진다면 임금구조 변화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연장하게 되면 고용주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임금피크제 도입의 확산,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을 정하는 호봉제의 축소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임금 구조 변화는 필연적으로 퇴직연금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까?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

먼저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의 영향부터 살펴보자.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연장되는 대신 그 기간 동안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퇴직급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이나 기존의 퇴직금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근로자의 근무연수에 30일분의 평균임금을 곱해 퇴직급여를 계산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평균임금은 퇴직하기 직전 3개월 동안 수령한 총급여를 근무 일수로 나눠 산출한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평균임금이 줄어들면 퇴직급여도 함께 감소한다.

예를 들어보자. DB형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는 55세 박철웅 씨는 올해로 근무한 지 30년이 됐으며, 현재 월급은 600만원이다. 박 씨가 만약 지금 퇴직한다면 받게 될 퇴직급여는 얼마나 될까. 30일분 평균임금이 600만원이므로 거기에 30년을 곱해 계산하면 1억8,000만원이 된다. 이번에는 박 씨가 매년 연봉의 10%를 감액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수용하고 5년을 더 근무할 경우의 퇴직급여를 계산해보자. 5년 더 근무하면 근무기간은 35년이 되지만, 5년 뒤의 월급은 300만원이 된다. 따라서 박 씨가 받게 될 퇴직급여는 1억500만원이다. 5년간 퇴직급여가 7,500만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반면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DC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매년 임금 총액의 일부분을 근로자 계좌에 적립금으로 넣어주면 근로자가 그 돈을 운용하는 방식이므로, 나중에 받는 퇴직급여 규모는 주로 해당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임금이 줄어들더라도 적립금 운용수익률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박 씨가55세에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으면서 DC형 퇴직연금으로 변경하고, 5년간 연4%의 수익을 올렸다면 60세 퇴직 시점에 받게 될 퇴직급여는 얼마가 될까?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그해 연봉의 12분의 1이고, 매년 말 납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60세 말에 박 씨가 받게 될 퇴직급여는 대략 2억4,200만원이 된다. DB형 퇴직연금에 가입된 상태에서 임금피크제에 들어갔을 때보다 1억3,700만 원을 더 받게 되는 셈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임금피크제 도입 사업장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법령을 제정한 바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은 근로자에게 퇴직급여 수령액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리고, 근로자 대표와 협의해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꾸거나 별도의 퇴직급여 산정기준을 마련하는 등 근로자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의 상당수는 DC형도 같이 도입하고 있으며, 근로자들도 적극적으로 DC형 퇴직연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퇴직연금 통계자료를 보면, 30~45세의 경우 DB형 가입자 비율이 DC형 가입자 비율보다 높다. 그러나 그 이후의 연령대에서는 DC형 가입 비중이 높아지고, 특히 임금 피크에 해당하는 55세부터는 DC형 가입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이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DC형으로 갈아타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65세로 정년 연장이 이루어지면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호봉제 축소 성과연봉제 도입 확대

호봉제가 축소되고 성과연봉제 도입이 확대되는 것도 간접적으로 퇴직급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사업장의 근로자는 나중에 퇴직할 때의 내 연봉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진다. 성과를 많이 낸 기간 동안에는 임금이 올라가겠지만 성과가 부진해지면 임금상승률이 둔화되거나 심지어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나의 퇴직급여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17년간 직장에서 근무한 김철수 씨의 현재 연봉은 5,000만 원이다. 김 씨의 회사는 올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으며 퇴직연금 제도는 DB형이다. 만약 김 씨가 지금 퇴직한다면 퇴직급여는 7,083만원(=5000만원/12개월×17년)이 된다. 그런데 김 씨가 앞으로 3년을 더 근무하되, 성과가 좋지 않아 연봉이 오르지 않았다면 그가 퇴직할 때 받을 수 있는 돈은 8,333만원(=5000만 원/12개월×20년)이다. 3년간 연봉은 오르지 않았지만 근속연수가 3년 늘었기 때문에 그만큼 퇴직급여는 늘어난다.

그런데 만약 김철수 씨가 지금 DC형 퇴직연금으로 갈아타고 향후 3년간 연4%의 수익을 낸다면 어떨까. 이 경우 퇴직 시점에 김 씨는 9,268만원을 받을 수 있다. DB형 퇴직연금에 남아 있을 때보다 935만원을 더 가져가는 셈이다. 이처럼 성과연봉제의 적용을 받을 경우 향후 임금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DB형보다는 DC형 퇴직연금이 좀 더 적합할 수 있다.

이렇듯 향후 정년연장과 임금구조 개편이 진행될 경우 퇴직연금 제도는 DB형에서 DC형으로의 전환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도 퇴직연금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제도를 좀 더 효율적으로 바꾸고, 퇴직연금 의무가입 제도를 조기 시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윤치선 미래에셋자산운용 지식콘텐츠팀 수석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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