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 금융산업 위기 타개방안] “금융계 수익위기, 환경변화 적응실패 탓”](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41103002354134469fnimage_01.jpg&nmt=18)
지난해 하반기 동양그룹사태로부터 올해 초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 넣었던 개인정보 유출사태에다 KB금융 사태까지 이어진 영향 탓이 컸다는 지적이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계 전반에 걸쳐 수익성 침체에 허덕이고 있으니 위기가 아닐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금융학회가 지난달 31일 추계 정책심포지엄 주제로 ‘위기의 한국 금융, 무엇이 문제인가?’를 던진 이유였다. 발표는 지탄받을 일이 빚어진 역순으로 진행됐다.
◇ ‘모피아와 은행지주사 잘못된 만남’
가장 먼저 연구결과를 들고 나온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그동안 선보였던 관치금융 체제에 대한 비판적 연구에서 더 깊이 파고 들어 사건 중심, 스스로 표현으로는 ‘스캔들’ 중심으로 엮어 냈다. 전 교수는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했던 모피아와 은행 또는 신설 금융지주 관계자들 및 주변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하게 얽힌 에피소드를 펼쳐 보였다.
“등장인물로는 전·현직 관료, 금융업자, 정치권이 주된 역할을 하고 그 외에 교수, 언론, 로펌 등이 부수적인 역할을 한다. 목적은 오직 돈이며, 이것을 달성하는 방법은 인허가, 징계, 자리보장, 자문, 승진 및 임명, 감사원, 검찰, 사외이사, 광고, 외주 등 다양하다”고 고발했다. 표면적으론 대형화와 겸업화를 앞세웠지만 금융구조조정의 미흡함을 덮고 남아 있던 구조조정 대상들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2년 9월 당시 금감원이 한 금융지주사 질의에 “상법상 우선주는 복합금융상품이기는 하나 상법상 주식으로 인정한다”는 판단을 내려 줬음을 떠올렸다. 이 덕분에 조흥은행 인수자금을 전액 상환우선주와 전환상환우선주로 조달해 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에 우선주를 주는 대가로 은행 인수에 성공했던 <신한금융지주 에피소드Ⅰ>이라고 그는 편명을 붙였다.
증권사 출신 CEO 고 김정태닫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근거로 하이닉스에 자금지원을 내심 바랬지만 아예 채권을 포기해 버렸던 2001년의 ‘반기’, 그리고 LG카드 사태 때 앞장서서 지원을 거부했던 2003년 등 여러 차례 정책방향을 거슬렀던 그가 2004년 회계기준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아 사퇴한 것이 길들이기라는 풀이다.
이들 두 편 말고도 이야기는 길다. 전 교수 작 에피소드 첫편은 △제2차 은행권 구조조정이 벽에 부딪치면서 모든 남은 과제를 지주사라는 울타리로 몰아 넣는데 불과했던 <우리금융지주 탄생설화편>이다.
여기다 △서울은행 인수전 당시 1조 2500억원의 매입가를 써낸 론스타가 1조 1000억원을 쓴 하나은행에 패배당한 일이 론스타에게 한국에서 금융M&A가 어떤 시장판인지 일깨워줬다는 <하나은행 : 론스타의 자각>편이 나오고 △이렇게 자각한 론스타가 기법을 응용해 외환은행을 불법으로 인수하는 과정에 간여했던 인물로 당시 관료 5인과 금융인 및 론스타쪽 인물 말고도 많은 로비스트, 교수, 언론 등 수많은 등장인물이 있다고 지적한 <외환은행 : 론스타의 응용>편이 세트를 이룬다.
이밖에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천신일 회장과의 유착의혹과 미래저축은행 부당지원, 하나학원 부당지원이 유야무야 됐던 사연을 떠올린<하나금융지주 Ⅱ: 무소불위>편이 있고 △낙하산 인사 단골 착륙지로 전락한 우리금융지주와 산은지주의 현실 △통합은행 출범 후 은행장 인선과 지주사 회장 인사의 굴곡어린 과정을 살핀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한 지 약 13년 반만에 우리은행과 합병 방식으로 사라진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현실을 시정하기 위한 대안으로 “금융권 특정 인맥라인을 청산하고 특정로펌 영향을 배제하는 대신 금융 로비스트 등록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첫 손 꼽았다.
“임원 자격조건에 ‘금융회사 경력 3년 이상’을 명기하고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뼈대로 하는 지배구조 개혁”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위를 해산하고 금감원을 민영화하는 금융감독기구 개편, 금융감독기구 종사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에 대한 행정소송을 용이하게 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 “금융계 변화관리 못해 수익 악화”
최근 금융회사 수익성 약화가 두드러지는 것과 관련해 은행의 경우 숫자가 줄고 안전한 금융사 선호현상에 힘입은 수신 확보의 용이성에 힘입어 거시경제 여건이 좋을 때는 손 쉽게 이익을 벌어들이다가 경제구조가 바뀌어 예대마진이 줄고 대출 성장세가 둔화되자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뼈 아프다.
증권사 역시 비용효율성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 아니며, “자기계정 운용을 확대했지만 적절한 위험관리가 이뤄졌는지 의문스러운 동시에 중개수수료 이외의 다른 수익기반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받았다. 금융회사들은 인건비 등의 비용 관리에는 성과를 보였던 반면에 수익성 측면에서 효율성 저하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금융권 회사들의 인력 감원 처방은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일”이었다는 비판이 가해졌다.
명지대 원승연 교수는 경영 금융사 악화는 경제성장 정체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하지만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더욱 악화된 것은 금융회사가 새로운 금융환경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데 기인한 바 크다고 결론지었다.
“은행은 대출심사기능을 제고하여 이자마진 하락에 대응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담보 및 보증 대출에 안주하여 스스로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또한 “증권사는 단기적인 수익에 집중하여 자본시장으로 이동한 투자자의 위험관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혹평을 얻었다.
그 결과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의 우회화’가 진전됨으로써, 증권사의 수익원은 급격히 축소됐다고 살폈다. 금융회사들이 경영환경 변화 적응에 실패한 까닭은 “과거 경영상의 호조건에 안주하여 지대 추구적인(Rent Seeking) 경영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과도한 정부개입과 금융규제 환경은 다른 측면에서는 경쟁행위를 억제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상당수의 금융회사가 이에 적응하여 경영활동 해온 결과”라고 냉엄한 평을 내놨다.
◇ 능력·성과 무관한 인사횡행 역량상실
게다가 “경영능력 및 성과와 무관하게 경영진이 임명되고 보상이 결정되는 경영 환경과 지배주주 또는 계열사가 금융회사에게 경영성과 이외의 다른 관점으로 경영진을 평가하는 지배구조 하에서, 경영진이 기업가 정신을 갖고 경영에 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못박았다. 당연히 경영여건이 금융회사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되면 대응역량이 부족해 수익성이 저하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결국 금융회사가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보다도 금융중개기관으로서 그 기능을 제고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만약 그렇지 않고 금융회사 및 그 경영진이 정치권 및 관료 등의 이해관계에 부합하여 금융공급자 중심의 경제적 사슬을 유지하고 여전히 지대 추구적 행동에 안주하고자 한다면, 요즘 같은 저성장 경제 아래서 수익성 개선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감독기구 독립성·자정노력 맞물려야 신뢰회복
고려대 김동원닫기

따라서 그는 “금융 신뢰회복 필수조건은 금융부문에 대한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며 한국은행 독립성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감독기관의 독립성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이 발전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금융부문이 강한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주지시켰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치권이 금융기관 인사나 신용배분에 개입하지 말아야 하고 감독당국이 시스템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만큼 인력과 예산을 보장받아야 하며, 감독당국이 금융기관 핵심인원에 대한 ‘적합성 검사(fit and proper test)권’이 부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사 스스로의 신뢰 회복 노력 또한 필수적이라고 꼽았다.
“금융인들 개인의 윤리의식과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근간으로 하여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영업이 이뤄지고, 고객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보완적인 장치로 감독 당국의 규제-검사-제재가 뒷받침하는 ‘금융사 자발성중심 금융산업’으로 금융생태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임건미 기자 kml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