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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미세먼지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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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4-12 13:59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사진=프리큐레이션, 최근 미세먼지가 잔뜩 끼었을 때의 서울 광화문



역사적으로 미세먼지의 해악과 관련한 가장 잘 알려진 대중적인 사례는 영국 런던 스모그 참사다.

지난 1952년 12월 5일부터 12월 9일까지 5일간 런던을 뒤덮은 대기오염 사건인 '그레이트 스모그'로 사망자가 1만명이 넘고 '부상자'가 20만명에 달했던 사건이다.

이 사건 전까지 런던에서 스모그는 일상적인 대기 오염 정도로 인식됐다. 영국인들은 심지어 익숙해진 스모그를 두고 완두콩 수프(Pea Soup)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60여년 전 런던 사태는 환경오염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는 사건으로 인류사에 기록돼 있다.

역사상 최악의 테로로 꼽히는 미국 9.11 사건 때 사망자수가 3천명을 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그레이트 스모그 참사가 얼마나 큰 재앙이었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의 9.11테러 때는 2996명이 사망하고 6291명이 부상을 입었다.

런던 스모그 참사의 주범은 가정에서 사용하던 '석탄'이었다. 평소보다 추웠던 겨울날 수백만 가정에서 쏟아낸 이산화황과 검댕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사고 당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현재 WTO 기준의 170~180배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대형 인재(人災) 이후 영국 정부는 석탄 화력발전소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등 런던 스모그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했다.

■ 미세먼지, 생활 속으로 들어온 부적합한 용어

미세먼지라는 낯선 용어가 일상으로 들어온 때는 대략 2014년을 전후한 시점이다.

하지만 '먼지'라는 용어가 주는 별 것 아닌 이미지 때문에 이 이 물질의 위험성은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용어 중 하나로 굳어져서 다시 바꾸기도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미세먼지라는 용어는 부적합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미세먼지는 PM, 즉 Particulate Matter(입자상 물질)을 의미한다.

영어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은 일본인들은 통상 미세먼지를 피에무(PM)라고 부른다. 우리는 유독한 오염물질 덩어리에 대해 '미세한 먼지'라는 심각하지 않은 이름을 붙여서 부르고 있다.

국내 환경부는 1993년 환경기준을 제정하면서 PM10에 대해 '미세먼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환경부가 2017년에 명칭 변경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미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미세먼지라는 용어를 바꾸지는 못했다.

■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차이는 일단 직경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직경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이며, 초미세먼지는 2.5마이크로미터 이하다. 마이크로미터는 1밀리미터의 1/1000이다.

PM10의 직경은 사람 머리카락의 평균 지름인 50~70마이크로미터의 1/5~1/7 수준이다. PM2.5는 머리카락 굵기의 1/20~1/30 크기에 해당한다. 대략 0.5밀리미터 샤프심을 세로로 200등분 했을 때의 굵기라고 한다. 아무리 집중하더라도 제대로 식별하기 힘든 정도의 크기다.

한국인들이 미세먼지라고 부르는 PM(Particulate Matter)은 입자상 오염물질이다.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어져 날아다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미세한 입자다. 자동차, 공장, 화력발전소, 쓰레기 소각장 등이 대표적인 미세먼저 공급처다.

이 PM를 정밀한 현미경으로 보면 발암물질인 카드뮴, 철, 납 등 중금속과 질산염, 황산염, 검댕 등 각종 유해물질이 오밀조밀 들러붙어 있다고 한다.

2016년엔 스웨덴의 예테보리 대학이 베이징의 PM을 분석해 미세먼지 속에 인체에 해로운 슈퍼 박테리아 유전자를 발견하기도 했다.

미세먼지는 1차 먼지(primary particles)와 2차 먼지(secondary particles)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1차 먼지는 석유화학공장, 제철소, 석탄 화력발전소, 자동차 등에서 연소과정을 거친 뒤 굴뚝이나 배기구에서 배출된다.

2차 먼지는 배출될 당시만 해도 가스상태였으나 대기 중 다른 물질과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입자 형태로 바뀐 물질이다. 즉 변이를 일으킨 오염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연소과정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이 공기중 오존과 반응해 산성물질인 질산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 이 질산은 알칼리성 물질과 반응해 초미세입자 형태의 질산암모늄으로 '진화'할 수 있다.

최근엔 2차 먼지 형태를 띈 초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2016년 5~6월 국내 환경부와 미국 항공우주국은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2016년 짧은 기간의 연구 결과는 2017년 7월에 발표됐는데, 당시 결과는 놀라움을 안겨줬다. PM2.5 가운데 2차 먼지의 비중이 75%에 달했다.

PM은 각종 피부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넘어 암까지 일으키는 위험물질이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PM을 발암물질로 지정해 놓은 상태다.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PM은 단순한 흙먼지 차원을 뛰어넘어 우리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것이다.

PM은 담배, 경유차 배기가스, 석면, 카드뮴, 벤젠, 포름알데이드 등과 함께 1군 발암물질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PM의 해악은 크다. 각종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미세먼지가 동맥질환을 악화시킨다거나 치매와 상관관계가 높다는 보고서도 있다.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한 사회의 지속적인 유지를 위해서도 미세먼지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PM으로 인해 남성들의 정자수가 감소중이라는 연구도 있다. 중국 후난 지역에선 기증 받은 남성들의 정자 가운데 합격률이 2001년엔 50%를 넘었으나 2015년엔 20% 정도로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 일상 속의 미세먼지

미세먼지가 맹위를 떨치는 곳은 도로다. 도로엔 자동차 연료인 석유가 연소하면서 탄소 성분인 검댕이 흩날린다.

이 같은 1차 먼지와 배기가스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이 대기 중 다른 물질과 만나서 생성되는 2차 먼지, 그리고 이 보다 더 위험한 극초미세먼지까지 뒤엉켜 있는 곳이다.

이밖에도 자동차 타이어가 도로 위에서 마모될 때는 몸에 매우 해로운 극초미세입자가 나온다고 한다.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지역은 교통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도로 근처의 주택가 뿐만 아니라 학교 등의 미세먼지도 위험 수준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강남구의 평균 PM10 농도가 40마이크로그램 정도로 보통을 보일 때 대치동 학원가의 PM10이 최대 200마이크로그램 가까이까지 올라간다는 보고서도 있다.

아울러 한국의 PM 측정이 상황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PM2.5 측정 관측소 등이 사람들이 붐비는 곳보다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중국의 오염, 석탄 주도 성장의 결과물

서울의 대기 오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미세먼지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미세먼지가 생활의 적이 됐다.

갑자기 한국에 오염원이 늘어난 것일까? 갑자기 차를 대거 사고 갑자기 화력발전소를 대거 세웠던 것일까?

상황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악화시킨 것은 중국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2008년 주중 미국 대사관은 옥상에 '대기질 측정기'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베이징의 PM2.5 농도가 외부에 알려졌다. 미국 대사관의 트위터를 통해 사람들은 베이징의 끔찍한 대기질 수준에 대한 정보를 얻곤 했다.

중국 측이 미 대사관에 항의했으나 대사관은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 중국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들을 위해 PM2.5 공개를 중단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중국 대도시의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중국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다. 이런 베이징에서 더 없이 맑은 날을 구경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2008년 8월이다. 중국 당국이 특별히 이 시기엔 공장 가동 등을 조절했던 것이다.

중국의 대기가 극도로 악화된 이유는 석탄 발전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일궈왔기 때문이다. 석탄화력발전소와 산업단지에서 사용한 석탄의 이산화황이 건강을 위협했다. 2013년 기준 중국 경제규모는 우리의 7.7배 수준이었으나 석탄 소비량은 35배를 넘었다고 한다.

중국은 세계 석탄 생산과 소비의 50% 가까이를 차지하는 나라다. 중국이 싸게 사용할 수 있는 석탄을 발판으로 성장해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은 아직도 전기의 70% 이상을 석탄 화력발전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전역엔 석탄 화력발전소가 빼곡해 자리하고 있다.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2300개 이상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염 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 중국 자동차 보급 확대가 무섭다

한국은 겨울과 봄 중국이 뿜어대는 '줄담배'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화력발전소, 제철소, 각종 공장만 위협 요인이 아니다.

중국의 성장은 자동차 붐으로 연결됐으며, 문제는 아직도 성장의 여지가 크다는 데 있다.

중국의 중산층은 2000년대 중반부터 확대됐다. 자전거를 타던 중국인들은 대거 자동차를 샀다. 중국은 2009년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 됐다.

2009년 1360만대의 자동차가 판매돼 미국을 제쳤으며, 2013년엔 세계 최초로 2000만 대 이상의 자동차가 팔렸다. 2016년엔 2800만대로 늘어났다.

한국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2200만대 수준인 상황에서 중국에선 2013년부터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늘었다. 중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2억 대를 넘었다.

베이징 환경보호국은 2015년 베이징에서 발생한 PM2.5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31%, 석탄 22%, 제조·생산 18%, 건설 1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PM2.5의 1/3을 자동차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가 공기 질에 미치는 악영향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2016년 기준 중국 인구 1천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140대에 불과하다. 중국은 13억 이상의 인구를 자랑하는 곳이다.

한국의 인구 1천명당 자동차 보유대수가 500대에 약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중국 가구의 자동차 보유가 늘어날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당국이 나서서 자동차 구매를 규제하는 나라지만, 자동차 보유자가 늘어나고 있는 큰 흐름을 되돌리긴 어렵다.

자동차 인구 급증은 대기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인들이 한국인 정도 만큼 자동차를 보유하게 되면 환경 재앙이 일어날 것이란 말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가 대안이 될 수 있으나 판매량의 2%가 되지 않는 등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전기차가 널리 보급되더라도 그 많은 전기를 화력발전을 통해 생산한다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나저러나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이다.

공기의 질을 생각한다면 중국 입장에선 전기차 등을 늘리고 석탄 발전 대신 원자력 발전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중국 정부도 석탄 발전 감축, 전기차 의무 판매제와 같은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그 사이에 대기의 질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또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난다면 한국에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 중국 영향을 의심케 하는 연구들..무시하는 중국

2017년 7월 사이언티픽 리포츠(과학잡지 네이처 자매지)에 '중국, 한국, 일본 동아시아 3개국의 부유세균 군집'이란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논문은 서울, 베이징, 그리고 나가사키에서 1년간 채집한 PM2.5를 분석한 결과 서울과 베이징의 PM2.5에 들어 있는 박테리아 중 83%가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PM 속에 들어 있는 박테리아가 바람을 타고 한국에 상륙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였다. 몸에 해로운 중금속, 산화물에 건강을 위협하는 박테리아까지 한국을 침범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이터였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듯이 중국은 한국의 급격히 악화된 대기 상황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증거'를 요구하거나 '과학적 근거'를 내놓으라는 식의 모르쇠로 일관하기 일쑤였다. 현실적으로 중국이 '한국 대기질 악화엔 우리 책임이 크다'는 식으로 나오길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한국이 중국의 대기오염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시사한 연구 결과였다.

2018년 3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중국발 오염물질이 유입돼 PM2.5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올랐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고 밝혔으나 중국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 편서풍의 저주..한국과 더 가까워진 중국의 공장들

중국의 미세먼지, 즉 스모그는 왜 한국으로 날아오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이는 타고난 운명이다.

한반도에는 서쪽, 즉 중국 쪽에서 편서풍이 불어온다. 중위도 편서풍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구가 자전하지 못하도록 하지 않는 이상 이 바람을 막을 수 없다.

편서풍대의 '넓이'는 겨울에 크게 넓어지기 때문에 한반도의 미세먼지는 이 시기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겨울 '삼한사미'(3일 춥고 4일 미세먼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미세먼지는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을 방해했다. 이제 겨울과 봄은 한국인에게 미세먼지를 견뎌야 하는 계절이 돼 버렸다.

최근 한국 대기의 질이 더 나빠진 데는 중국의 공장 이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3년부터 본격화된 베이징 지역의 공장 이전 정책을 통해 1500개에 이상의 공장을 이전시킨 상태다. 2020년까지 2000개 이상의 공장을 동쪽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은 한국을 마주 보고 있는 지역이다. 스자좡, 랑팡, 바오딩, 탕산 등에서 날아오는 PM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는 의심은 상당히 많다.

■ 미세먼지와 경제

미세먼지는 우리 경제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달 17일 발표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4조2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 수준에 달했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 손실은 1586억원으로 추정됐다. 미세먼지로 인해 바깥 활동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생산이나 매출에 타격이 왔다는 것이다.

한국 자체적으로도 미세먼지 문제가 가볍지 않았던 상황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더해져 정상 생활의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연구원의 설문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중 9명이 미세먼지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미세먼지로 '공기 청정산업'이 각광을 받기도 했다. 이미 주식시장에선 미세먼지 정화와 관련된 종목이 급등하기도 했다.

올해 3월 초엔 미세먼지가 극심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사람들 사이에선 '서울이 이렇게 오염된 일은 처음 봤다'는 말도 나올 정도였다.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을 만드는 업체인 위닉스의 주가는 3월초 1만5천원대에서 22일 3만 3500원가지 급등했다. 단숨에 친환경 생활가전 업체의 주가가 두 배로 오를 정도로 한국 공기의 질은 엉망이었다.

사람들은 보다 깨끗한 공기를 찾게 되고 관련 산업들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3년 3천억원 규모이던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가 2015년 5천억원을 넘어 2016년엔 1조원마저 돌파했다.

중국이라는 어떻게 하기 어려운 변수를 감안할 때 이젠 공기청정기는 점차 필수 가전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더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을 듯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지난 1년간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가구당 2만 1천원을 쓴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미세먼지와 수출 경기, 일자리 등에 관한 추경안을 4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조 단위의 추경을 언급하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달 3일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안전법을 비롯한 미세먼지 관련 8법의 개정에 따른 소요를 재정적으로 시급히 뒷받침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세먼지 관련 첨단 측정·감시 장비 도입,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 등 배출원별 저감조치 지원, 미세먼지로부터의 국민 건강 보호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미세먼지, 중국 영향 볼 때는 단순비중이 아니라 '증분과 임계치' 관점에서 봐야

미세먼지와 관련해 임계치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임계치는 특정 물리적 현상이 다르게 나타나게 하는 경계 지점의 수치를 말한다. 예컨대 물을 데울 때 100도씨는 물의 성질을 바꾸는 '임계치'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대기의 질이 크게 나빠지면서 지인 중 한 사람은 담배와 미세먼지 둘 중 하나를 끊기로 했다고 전해왔다. 담배를 더 피고 싶지만 미세먼지를 도무지 끊을 수 없는 처지여서 담배를 끊기로 작심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수년간 더 심해진 대기질 악화로 몸이 견딜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실 중국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미세먼지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었다. 내부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었다. 한국 자체적으로도 미세먼지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 영향이 점차 커지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아졌다. 대략 2014년 전후부터 미세먼지가 고통스러워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특히 최근 수년 사이 중국 영향이 커지면서 이젠 미세먼지가 정상적인 생활을 가능케 하는 수준, 즉 임계치를 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한 논란은 아직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미세먼지의 주원인이 '국내'인 만큼 내부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론한다. 또 내부의 자구노력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임계치나 증분의 개념을 이해한다면 미세먼지 문제를 단순히 국내외 비중으로 접근하는 자세는 문제가 많다.

국내 미세먼지의 비중이 더 높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중국 요인이 더해져 정상 생활 가능 범위를 넘어버렸다면 국내의 대책만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정부, 미세먼지 문제 개선에 실패하고 상황 악화..과학은 과학의 눈으로 봐야

사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전 대기의 질 개선을 공언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악화됐다. 정권 친화적인 사람들 중엔 미세먼지의 원인을 '내부 원인'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대기의 질 추가 악화가 내부 원인 때문이라면 이 정부가 환경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사람들 중엔 문재인 정부가 보였던 미세먼지에 대한 미온적 태도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어서였을 것으로 추론하는 경우도 많았다.

향후 원자력 발전 축소와 화력발전 비중 확대가 대기질에 미친 영향도 공개해야 한다.

친정부적인 사람 중에도 원전 대신 석탄과 LNG 발전 비중을 높인 결과 미세먼지 상황이 악화됐다고 추론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과학은 과학의 눈으로 다뤄야 한다. 정치적 편향성이나 선호 때문에 미세먼지 문제를 왜곡해선 안 된다. 과학자들은 정치적 편향 없이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폴리사이언티스트는 폴리페서 이상으로 이 사회를 좀먹는다.

중국과의 문제는 전략적으로 풀어야 한다. 국제 정치환경에선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만큼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안 없이 중국을 윽박질러 봐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소득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 발령일수는 2017년 25일에서 2018년 45일로 대폭 늘어났다.

초미세먼지 주의보 및 경보는 42일에서 71일로 증가했다.

미세먼지 전국 평균 농도는 2018년 1월 47.7㎍/㎥였지만 올해 1월엔 57.5㎍/㎥로 짙어졌다.

OECD는 2016년 한국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수가 2010년 100만명 당 395명에서 2060년엔 1109명으로 급증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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