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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지속가능 자동차산업 생태계를 향한 꿈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3-18 00:00

▲사진: 정희윤 산업부장

▲사진: 정희윤 산업부장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宮. 편의점 김 사장이 틈날 때마다 창밖을 보다 이따금 하는 일은 뜻밖이다. 주차금지 구역에 일본산 자동차가 있으면 단속반에 신고한다. 계산대를 맡은 딸에게 빨리 신고하라고 재촉했다. 딸은 꼭 그래야겠냐는 표정으로 불만을 표출했지만 거듭된 아빠의 강권에 전화기를 들었는데 그새 일본산 차가 떠나고 현대차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렇다. 결국 그날 낮 김씨네 편의점에서 신고전화는 발신되지 않았다.

월정액 콘텐츠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발견한 캐나다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 이야기다.

드라마 속 김 사장은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현대차를 많이 사는 것이 애국이라는 신념을 보여준다. 일찌감치 출가해서 독립한 아들이 일하는 렌터카 회사에 찾아가서는 현대차는 몇 대 보유하고 있느냐며 당연히 취급해야 한다는 ‘열혈 애국주의’ 신념을 실천한다.

캐나다 현지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궁금하면서도 김 사장의 사고와 행동에 쓴웃음이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商. 해외로 가면 애국자가 된다지만 거꾸로 우리 사회 안에서 현대기아차를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 포털마다 현대기아차 기사 아래 베스트로 손꼽히는 댓글 중에서 현기차 혐오 정서는 저변이 넓다.

현기차 혐오론은 크게 두 갈래로 설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쪽은 기술력과 품질이 뒤지고 디자인과 편의사양이 월등히 앞선 것이 아닌데 무엇 하러 현기차를 사서 타겠느냐는 ‘품질본위 비평’ 그룹이다.

다른 한 쪽은 품질과 디자인 등 경쟁요소가 열위라는 인식을 바탕 위에서 현기차를 구매하는 것은 ‘강성’ ‘이익집단’인 ‘귀족노조’ 배를 불려주는 일이니 절대 사서는 안된다는 주장까지 나아가는 부류다.

정규직 노조 혐오 여론형성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네티즌은 나름대로 세를 구축한지 오래다.

예전 정부 시절 현대자동차 한 협력업체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자 대통령이 그만한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파업이라니 말이 되느냐고 하자 그에 동조하는 네티즌 비중이 우세했던 것처럼.

角. 맹목적 애국주의에 기댄 마케팅이 가능한 시대는 지나갔다. 정규직 노조가 밉다고 기간산업의 중추를 떠받치는 기업 제품을 저주하고 불매를 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저변을 확보하고 있는 현실도 오래된 일이다.

엘리엇닫기엘리엇기사 모아보기같은 외국자본이 국내 우량기업 주식을 대거 사들인 뒤 고액배당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은 ‘약탈’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국내 산업별 부가가치 창출 비중을 보면 자동차산업은 단일 업종 톱이다. 고용유발계수 비중도 선두권이다.

조선산업과 더불어 수출, 부가가치, 일자리, 전후방 연쇄효과 면에서 가장 중요한 업종 하나가 사멸의 수렁에 빠진다면 우리 경제는 어찌될 것인가.

중국 시장 점유율이 줄었는데 이제는 글로벌 수요가 감소하는 마이너스 시장으로 돌아섰다. 완성차 업체 사람이건 협력업체 사람이건 위기라고 한다.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주력엔진인데 지속가능성이 의심받는 단계다.

徵. 물론 관건은 우리 자동차산업이 본원적 경쟁력 확보다. 완성차를 정점으로 형성된 산업생태계가 지속가능해야 숫자로만 소득 3만달러 국가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만족도가 높은 나라로 갈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에 민감한 구매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차종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한 때 버려야 할 사업으로 치부되던 생활가전 분야에서 LG전자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위상을 높인 것처럼 고급 SUV와 대형차 경쟁력도 탁월한 단계로 올라서는 저력을 발휘해 줄 것이란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디자인에 끌리고 성능이 뛰어난데다 요즘 대세라는 ‘하차감’마저 출중한 외국산 경차와 소형차에 내수시장이 잠식되고 있는 상황도 타개하려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인력과 부품을 조달해서는 경쟁력 있는 신차를 만들기 어렵다면 한국 수출산업의 신시장으로 꼽히는 신남방국가를 거점 삼아 과감히 뛰어드는 치열한 도전이 필요할 수 있다.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로 재편이 될 것인지 하이브리드가 공존하는 과도기를 거쳐서 수소차가 전기차와 공존하는 시대로 귀착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기술인력과 R&D경쟁력, 디자인 역량 확충 등의 과제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산학연 합심해서 죽기살기로 뛰어야 살 수 있다.

羽.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업체들 만의 힘으로 현재화한 위기를 돌파하기는 쉽지 않다. 한 나라의 경제는 모든 경제주체가 상생관계를 설정하고 함께 협력할 때 건강한 법이다.

지금의 정규직 노조 혐오 정서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때가 됐다.

옛 독재정권 시절 노조설립 바람이 거세게 불었을 때 경영자들이 겪었던 공포감과 충격은 갑자기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게됐을 때 빚어진 사회적 성장통이었고 극복해야 할 과정이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중반까지 저임금 경쟁력에 의지한 수출의존 경제구조는 그대로였는데 노조가 집단행동으로 임금과 복지수준을 끌어올리려 나선 것이 우리 사회에 트라우마로 자리잡은 것은 아닌지.

자동차산업 이야기로 돌아가면 생산공정은 어떻게 구성돼 있고 이대로 지속가능한지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기는 했던가? 정규직 노동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서자 비정규직과 하청을 늘렸던 긴 과정의 끝에 오늘이 온 것인데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 것인지.

노조 가입에 관심을 기울일 여력조차 없는 사람이 더 많은 세상에서, 3D 노동을 처음엔 비정규직에게, 그리고 점차 외국인에게 전가하는 악순환의 바퀴가 가속도를 붙이는 사이 외국인 혐오가 번지고 있는 그런 대한민국 자동차에 우리는 지금 함께 올라 타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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