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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락희, 리딩 글로벌, 샛별 LG

정희윤 기자

simmoo@

기사입력 : 2018-05-24 22:41 최종수정 : 2018-10-2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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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희윤 부장

▲사진: 정희윤 부장

[한국금융신문 정희윤 기자] 깊은 산사에서 부처님 오신날 설법에 나선 큰 스님께서도 구본무닫기구본무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남달랐던 업적을 떠올리며 사부대중이 귀감 삼자시며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불가에 귀의했던 경제계 인사가 타계했다는 소식 앞에서 부의 크기와 사업의 규모를 성공의 척도로 삼기 십상인 세속의 풍토에 경종을 울리기에 적합한 본보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 ‘락희’에서 LG로 변신

LG그룹의 연원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다. 굴곡진 20세기 우리 역사에서 서양문명 관련 표기를 달리 할 수 없어 가차(假借)했던 경우는 허다하다. Lucky 대신 ‘락희(樂喜)’를 쓴 사례를 문화적 코드로 읽으면 하필이면 회사 이름을 락희로 했던 고 구인회 창업주의 마음이 각별해 보인다.

창업주가 추구한 핵심가치는 구본무 회장에게도 면면히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숙명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업생산품을 만들어 즐겁고 기쁘게 하자는 뜻은 1995년 취임한 구본무 회장 이후 시대적 변모에 걸맞게 진화한 모습으로 추구했던 양태였을 것이다.

LG가 온 세계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모든 것들이 감동이 되고 생활 가치를 높이는 것일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은 가차자를 써서 영어 낱말 뜻을 추구했던 때와 다를 것이 없을 테니까.

또한 구 회장이 큰 성장엔진 노릇해야 했던 대한민국 경제 발전 도상에서는 럭키금성이 아니라 ‘LG’여야 했던 필연성도 이해가 간다.

단순히 알파벳 첫 글자 하니 씩 따와서 LG라고 이름 지었다고 해석하기엔 밋밋해 보인다.

리딩 글로벌, 우리 기준으로 요즘 문화적 상상력으로 짐작하자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값이겠지만 대륙마다 민족마다 다르게 상성하고 받아들이기 좋았을 것이라고. 그래서 ‘LG’ 브랜드가 해외에서 뿌리내리기 쉬웠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에J도 무리가 없다.

◇ 책임경영 넘어 미래를 향한 집념

경영자로서 고인이 행했던 실천에 대한 평가는 차고 넘쳤지만 두고두고 주목해야할 가치를 우리 사회에 ‘유훈’처럼 남겼다는 특별함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만하다.

구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가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애써 키웠던 LG반도체가 ‘빅딜’ 제물로 넘어갔던 아픔을 온 몸으로 겪었던 경영자다.

지금 와서 보기에 SK그룹이 인수한 하이닉스(반도체)가 남다른 성과를 선보이고 있으니 억울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빅딜 이후에도 오랫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그룹 인수 후에도 성장기반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핵심 성장엔진 노릇하기까지 겪었던 고초는 이루 말하기 어려운 우여곡절로 점철돼 있디

차라리 구 회장이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계기로 작용했으며, 그 결과 2018년 현재 약점보다는 강점이, 위험요인보다는 기회요인이 더욱 탄탄한 상황임을 수긍할만 한 경로였다.

구 회장 경영 행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면모는 책임경영 DMA라고 손 꼽고 싶다. 대한민국 재벌 역사라 해야 할지,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서 책임 경영이란 화두는 얼마나 궁색한가?

구 회장은 종금 계열사가 대규모 부실을 내자 우량 자회사 LG투자증권이 부실을 흡수하도록 고뇌의 결단을 내렸다. 나아가 카드 계열사가 금융시장에 큰 악재로 돌변하자 역시 우량 금융계열사인 증권사를 내놓았다.

법 해석에 기반한 이해타산은 나중으로 돌리고 책임과 고통을 나누려 했던 진실한 경영자였다고 평가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 生民, 21세기 기업경영의 길

물론 종금사 사태에 대해 대부분 책임을 회피했던 세태에서, 카드대란이 비단 LG그룹 계열사만의 문제만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구본무 경영’이 과도한 것이었다고 안타까워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 종금사 사태 책임을 저버렸던 다른 재벌 총수가 혹독했고 처절했던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는 고통분담에 등한시했다가 매각 대상 대형 금융사를 낚아채는 기민한 플레이를 펼쳤던 것에 비하면 차라리 어리석었다고 힐난에 처할 여지가 있다. 적어도 현실 자본주의의 생리에 철저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폄하하고자 했을 수 있다.

하지만 구 회장이 지키고자 했던 원칙과 소신에 대해 우리 사회의 컨센서스는 분명해졌다. 책임경영, 고객 가치, 사회에 대한 기여에 열심이었던 재계 총수가 우리 사회에도 있었고 그것은 소중했으며 그가 유산으로서 넘기고 간 한 대기업집단의 생명력을 더욱 강건하게 북돋아 놓았노라고.

동양사회 전통에서는 수 천 년 전 일반 민중들이 품었던 정서이자 인식의 총아로서 ‘시경’을 중요한 고전으로 인정한다.

◇ 그리고 글로벌 샛별

시경 대아(大雅)편에는 생민(生民)을 다루는 시편들을 모아 놓은 노래들이 갈무리 되어 있고 그 시편 중에서 생민의 길을 걸어야 할 사람들이 착안해야할 가치를 포착할 수 있다. 이 시대 기업 경영자들과 입법주체들 그리고 공공부문에서 일해야 할 직선 대리인들이라면 음미해 볼만한 시편, ‘형작(泂酌)’이라고 손꼽고 싶다.

우리 말 풀이를 중심으로 첫 연을 소개하면 이렇다. “저 멀리 흐르는 물을 떠다가/예 갖다 부어서/찐 밥 술밥 짓는다/휼륭한 님은/백성들의 어버이로다.”

중국 업체들이 물량공세를 펴고 있어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장사업 분야에 대한 차별적 자리매김에는 갈 길이 먼 것이 LG그룹의 대표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우직하게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대비하는 일에 소홀함 없었던 LG그룹의 노선이 강건하게 계승된다면 걱정할 일보다는 희망을 품을 일이 더 크지 않겠는가. 구본무 회장이 깔아 놓은 포석과 펼쳐가던 행마의 진가를 살릴 수 있다면 글로벌 복합 반상의 싸움인들 가장 위력적인 ‘샛별’로 떠오를 자격은 충분하지 않겠는가.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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